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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는 만능이 아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가 시행됐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그 실행 방식이다. 정책이 학교로 내려오자, 몇몇 학교에서 차량 번호판 확인, 요일별 운행 점검, 출입 차량 통제 업무가 교사에게 배정됐다. 수업 준비로 가장 바쁜 아침 시간, 교사들이 주차장에서 번호판을 확인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수업에 전념하라는 말은 여전히 강조되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정책의 목표와 현장의 역할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 시행된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 제도 역시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취지는 옳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연수에서 소개된 우수 사례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학부모에게 대출을 안내하고, 학생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가정을 방문해 식사를 함께한 사례가 모범으로 제시됐다. 한 교사의 말처럼 이런 일까지 교사가 맡는다면 수업 준비는 언제 하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선의로 시작된 정책이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체감되는 이유다.

교사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물론 아이의 삶을 돌보는 일까지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현장의 교사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발적 돌봄과 제도화된 의무는 전혀 다른 문제다. 열정과 헌신은 강요되는 순간 왜곡된다. 더구나 복지사의 영역, 지자체의 역할, 지역사회가 담당해야 할 책임이 따로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문성과 책임의 경계를 무너뜨릴수록 결과는 더 비효율적이 된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문제는 반복되는 구조다. 새로운 정책이 생길 때마다 실행의 마지막 단계가 교사에게로 향한다. 별도의 인력이나 체계 없이 현장에 맡긴다는 말은 결국 교사에게 떠넘긴다는 의미가 되기 쉽다. 정책은 늘 추가되지만, 교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엇을 더할 것인지만 논의되는 구조에서는 현장의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교사는 언제부터 행정요원이고, 복지 상담사이며, 시설 관리자가 되었는가.

그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다. 교사가 주차장에서 번호판을 확인하고, 전화로 복지 정보를 안내하느라 지쳐 있다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의 본질은 수업과 관계 속에 있다. 그 시간을 잠식하는 정책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교사의 역할이 흐려질수록 교육의 중심도 함께 흔들린다.

좋은 정책은 목표만큼이나 실행 구조가 중요하다. 정책의 성공은 누가 무엇을 맡는가에 달려 있다. 교사가 교사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 정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교사를 만능 인력처럼 활용하는 한, 어떤 정책도 온전히 성공하기 어렵다. 무작정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시키는 것보다는, 적합한 전문 인력과 기관에 책임을 배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 지원 체계가 뒤따를 때, 비로소 정책은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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