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이 100억 원대 사전 투기한 의혹을 받는 필지 중 하나인 시흥시 무지내동 2678㎡ 규모의 임야는 2011년 4월 1213㎡과 나머지로 분할돼 주소를 2개 부여받았다. 5월 소유권을 취득한 A주식회사는 바로 다음달인 6월부터 한 달에 걸쳐 98명에 팔아치웠다.
임야 1213㎡을 공동으로 나눠 구입한 이들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서울 성동구‧광진구, 수원 등 수도권부터 강원 동해시, 충남 당진시, 경북 문경시까지 다양하다. 193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연령대도 넓다. 대구에 위치한 교회와 모 기업 등도 소유주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지역인 시흥시 주민은 1명도 없다.
산을 둘로 쪼개 새 주소를 부여받은 나머지 한 곳도 등기부등본상 내용은 비슷했다. 임야를 둘로 나누고 이를 또다시 쪼개 복잡하게 매매하는 수법은 택지 개발 때 용지 우선공급권을 받으려고 하거나 보상금을 노린 전형적인 땅 투기 수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00여 명이 한 군데의 임야에 동시에 투자하는 경우는 전문가 개입이 없이는 힘들다고 말한다. 해당 토지는 투자·보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획부동산인 A주식회사가 관여한 일명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개발계획 등 마을 토지 사정을 잘 아는 부동산 중개업자 등 일부 주민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한다.
시흥 과림동 한 주민은 “한 곳에 40~50년 넘게 산 주민들은 마을 토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온갖 정보에 밝다”라며 “쏠쏠한 토지 정보를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매매를 부추기기도 하며, 지역 농‧축협 등에 대출 고객으로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용돈벌이도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도 대출 고객을 연결해주고 금융권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한 것이라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뾰족한 수익구조가 없어 고민인 지역 농협 등 소규모 제2금융권도 좀 더 완화된 조건으로 대출을 원하는 외지인들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기획부동산-브로커(중개인)-제2금융권의 ‘투기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한 금융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이자 수익이 큰 대출 사업에 주력한다”라며 “투기 의심이 들더라도 법리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금리 등 혜택을 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땅 투기 행위가 기획부동산과 중개인을 통해 일반인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시흥·광명시는 이번 3기 신도시 해당지만이 아닌 인접 토지까지 기획부동산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시흥시 금이동 B공인중개업소는 “도청동·금이동이나 시흥시청 주변 임야 아무 데나 등기부등본 열어보면 죄다 기획부동산이 나올 거다”라며 “4~5년 전에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수도 없이 연락했고, 한동안 잠잠했다가 최근 3기 신도시로 난리가 나니까 예전에 지분을 샀는데 혹시 팔 수 있느냐는 문의가 왔다”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에 속아 무작정 투자하는 방식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획부동산은 매매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땅을 보여주며 속이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은 식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증되지 않은 개발 정보로 홍보하는 기획부동산만 믿고 무턱대고 샀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