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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다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④

 

 

정말 세계경제는 풍전등화인가보다. 경제대국 독일마저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간 독일은 기본소득을 간만 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기본소득 실험국으로 급회전했다. 왜 이런 반전이 있었을까. 독일 역시 기존의 만성적 복지제도로는 지금의 코로나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실, 독일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이미 특단의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2003년 ‘하르쯔(Hartz)법’을 제정해 실업자 감소와 고용촉진을 도모하고, 2005년 ‘하르쯔4법’으로 장기실업자용 수당을 삭감하고, 노동봉사나 직업훈련 등 일자리 나누기를 했다. 그러나 이 조치로는 고질적 실업문제를 풀 수 없었다.

 

결국 기본소득제 카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엠(Drogerie-Markt)의 창업자 괴츠 베르너(Götz Werner)는 2004년 생활 매거진을 통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이슈화했고, 2006년에는 구체적인 기본소득안을 발표해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베르너로 인해 독일 기본소득 논쟁은 불붙기 시작했고 연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핀란드나 프랑스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본소득을 실험할 정도까지 뜨거워지진 않았다.

 

그러던 독일 정부가 지난 해 8월 기본소득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정부의 자문기관인 독일경제연구소(Deutsches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본소득을 실험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독일 국민들은 환호했고 순식간에 실험 지원자가 150만 명을 넘었다.

 

올 2월부터 실험할 목적으로 실험자 선정에 들어갔다. 150만 명의 지원자 중 1500명을 먼저 뽑고, 이 중 120명을 최종 뽑아, 후자에게 매월 1200유로(약 162만원)를 3년간 지급한다. 이 금액은 독일 빈곤선(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입)을 고려해 책정된 것이다. 이 120명은 기본소득을 받은 후 생활의 변화나 감정 상태 등에 대해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한다. 이를 연구진은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집단(1380명)과 비교해 기본소득의 실질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이 실험에 드는 총 비용은 520만유로. 우리 돈 약 70억 원에 해당한다. 이 거액의 돈은 독일 기본소득 운동 단체인 “마인그룬트아인콤멘(Mein Grundeinkommen, 나의 기본급)”이 기부금을 모아 충당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 대한 비판도 크다, 먼저, 샘플이 너무 작다. 그리고 정부자문기관이 주도를 하고 있어 의구심도 자아낸다. 이에 대해 총괄 책임자인 슈프(Jürgen Schupp)는 이 실험이 “독일 경제모델을 경험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현장을 관찰하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응수한다. 그는 또한 “우리 연구소는 정부의 자문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실험은 정치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기본소득에 찬성도 반대도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해 그 결과를 실증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반박한다.

 

독일은 이처럼 기본소득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지만 우선 경험을 축적해 실증적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계산이다. 기본소득제는 분명 혁명에 버금가는 개혁이다. 적정한 기본금 책정이나 재원에 대한 논의 없이, 그리고 제대로 된 실험 없이 그냥 시작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 점을 깊이 새겨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장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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