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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평안도 동치미


 

봄이다. 늘 다니던 뒤 산에는 겨울을 이겨낸 연분홍 진달래가 망울을 터치며 가득히 피었다. 어린 새싹들이 뾰족 뾰족 나오고 맛을 살려주는 봄나물이 자라고 있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달래를 캐고 쑥을 뜯어오던 시절이 있어 더 애틋하다.

 

‘산에 산에 피는 꽃 저만치 혼자 피는 꽃’이라는 김소월의 시를 마음에 담는데 어제 밤에 내린 비는 간신히 피워낸 꽃잎을 우수수 떨구어 ‘산에는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의 구절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에 왔다가 내일은 가버리는 봄이라도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네’를 읽으며 작년과 다른 봄의 계절을, 고향과 닮아있는 진달래를 생각한다. 김소월의 고향 평안북도 정주의 진달래는 얼마나 아름답기에 시간을 넘어 지금도 읽히고 있을 가.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지명으로 서해안에 위치하여 평안남북도, 자강도 일부를 포괄하는 지역이다. 평안도 지역은 열두삼천리벌을 비롯한 넒은 벌들이 있고 압록강, 대동강, 청천강 등 긴 강들이 서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김소월의 시로 인해 동해안의 중부에 살았던 나는 서해안의 평안도 진달래가 더 고을거라고 상상한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시기가 아니면 가볼 일도 없을 평안도 지역의 신의주, 순천, 만포를 여러 번 갔었다. 평안도를 가보고서야 내가 살던 지역을 더 잘 알게 되었다.

 

평안도 사람들은 동해바다와 높은 고산지대가 있는 함경도 사람들을 생활력이 강하고 알뜰하다고 했으며 함경도 사람들은 따뜻한 기후와 넒은 평야에서 살고 있는 서해안에 위치한 평안도, 황해도 사람들을 온순하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유명한 시인 백석도 정주에서 얼마 멀지 않는 평안북도 구성이 고향이다. 백석은 국수를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으로 동치미를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로 표현한다.

 

평양냉면이 유명한 건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치미는 빨간 고춧가루가 들어간 지금의 김치 원형보다는 훨씬 이전에 있었다. 겨울이라는 ‘冬’자에 물에 담근다는 ‘沈’가 ‘치미’로 변화되면서 오늘날의 동치미가 되었다. 함경도 동치미(물김치)는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평안도 백(白)김치와 동치미는 평안도 사투리로 ‘슴슴 하니’ 담그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평안도 동치미는 젓갈을 넣어 발효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독안에서 자체로 숙성되어 사이다 같은 탄산으로 맛을 승부한다. 저온일수록 이산화탄소가 잘 나와 국물이 쩡~ 한 맛을 낸다.

 

재료는 무, 통고추, 파, 마늘, 생강, 소금이며 정도에 따라 사과 배를 넣는데 소금물이 ‘슴슴’해야 발효가 잘된다. 무의 시원한 맛과 향이 어우러지는 평안도 동치미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면(麵)과 결합하면서 평양냉면의 육수로 탄생했다. ‘희스므레하고 슴슴’하고 ‘겨울 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 국물은 평안도 지역의 온순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갈 봄 여름 없이 꽃’은 져도 김소월 같은 시인이 있어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니’를 읽으며 평안도에서 온 사람들과 봄 나물에 쑥떡을 해먹으며 올 봄을 무난히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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