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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고vs도로공사, '방음터널' 갈등 장기화 국면…'법적 분쟁' 돌입하나

두 기관,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빚어온 갈등 올해도 지속
동원고 "방음터널 설치해달라", 도공 "소음기준 만족하고 예산 문제로 안 돼"
동원고, 도공과 함께 소음측정 진행…방음터널 설치 당위성 확보 차원
기준치 넘은 소음에도 도공은 아랑곳…동원고, 법적 분쟁 불사 방침

수원 동원고등학교가 지난해부터 한국도로공사(도공)와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 설치’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상황에서 소송 제기와 분쟁 조정 신청 준비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고가 최근 소음 측정을 진행하면서까지 현행법상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공 측이 아랑곳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11일 동원고와 도공에 따르면, 양 기관은 영동선 방음터널 설치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빚어온 갈등을 여전히 겪고 있다.

 

앞서 도공은 2015년 5월부터 영동선 서창~북수원 30.15㎞ 구간에 도로확장공사를 추진해 왔다. 오는 4월 말부터 착공에 들어가 총 5년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원고와 인접한 구간은 내년 3월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이에 동원고는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고속도로가 교실 건물 쪽으로 3m가량 접근해 도로와 학교 간 이격거리가 약 6.1m까지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소음도 더 커져 학생들의 학습권은 물론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우려했다.

 

도공 측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 11m 높이의 방음벽을 18m로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동원고는 이 또한 학교 구성원들의 조망권을 침해하는 피해를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원고 기준 영동선 쪽 방향에는 광교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도공의 해결책대로라면 방음벽 높이가 학교 건물 높이(15m)보다 높아져 녹지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동원고는 우려되는 피해 전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도공 측에 ‘방음터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공 측은 ‘소음 기준 만족’과 ‘예산 문제’ 등을 주장하며 동원고의 요구를 전면 부정해 왔다. 도공의 주장에 따르면 18m 방음벽 설치와 저소음 도로포장 시 최대 소음치는 54.2db로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3호에 명시돼 있는 교사 내 소음 기준치인 55db를 넘지 않는다. 또 동원고의 요구대로 방음터널을 설치하게 되면 기존 공사비에서 90억 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원고는 지난달 24~25일 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에 의뢰해 도공과 함께 교실을 포함한 학교 곳곳에서 소음측정을 진행했다. 이 이유에 대해 전영희 동원고 행정실장은 “지난 2월 19일 김승원 국회의원, 도로공사 설계처 관계자들과 가진 대책협의회에서 도공 측이 ‘11m 방음벽이 설치된 현재도 소음이 55db이 안 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방음터널을 설치할 정도의 소음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11m 방음벽이 설치된 지금도 심각한 소음 피해를 겪고 있으니 방음터널을 설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서 소음측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소음 평균치는 가장 낮게는 54.4db, 가장 높게는 61.3db을 기록했다. 소음이 가장 높게 나온 곳은 이 학교 중국어전용실 창측으로, 최대 소음이 64.6db로 측정됐다. 도공 측에서 측정한 소음치도 낮게는 53.0db에서 높게는 60.6db 정도로 동원고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동원고는 지난 7일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도공 측에 재차 방음터널 설치를 재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도공 측은 그러나 여전히 18m 방음벽 설치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상태였다. 도공 관계자는 “지난달 동원고 2개 교실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도공과 동원고 측정치에 거의 차이는 없었다”며 “하지만 공사를 착공한 시점부터 개통 후 3년간 정기적인 소음 현황 측정을 실시할 예정이고, 현장여건 변화에 따라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정부와 협의를 거쳐 방음시설 추가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원고는 소음 측정 결과를 토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미 소음이 가장 심한 4~5층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8명과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2명, 학교 고문변호사 1명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도 신청할 예정이다.

 

정강현 동원고 교장은 “1986년 개교한 이 학교는 문을 연 지 5년 뒤인 1991년 기존 구간에서 영동고속도로 노선이 새로 확장되면서 학교 옆으로 도로가 들어왔다”며 “이후 지난해 2월까지 35년 동안 배출한 졸업생 수만 해도 1만9903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음이 40db만 돼도 뇌파 변화, 수면방해 등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지난 30년 동안 겪어온 피해를 더 이상 받을 수는 없다.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방음터널이 설치되게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도공 측은 “별도 의견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동원고는 올해 1월 초쯤 ‘터널형 방음벽 설치 요구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학교법인 소속으로 나란히 붙어있는 동원고와 동우여고 학부모 및 학생 등 1583명이 참여한 전자서명 청원운동을 벌인 후 이를 도공에 전달했다.

 

지난 2월 19일에는 이 학교 강당에서 김승원 국회의원(더민주·수원갑) 주관으로 학습권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협의회도 열었다. 도공 설계처와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동원고 및 동우여고 학교 교직원, 학부모 및 학생, 졸업생, 주민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와 도공 측은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협의점은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지난달 5일에는 동원고 학생자치회장단이 학교와 인접한 영동고속도로에 방음터널을 설치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들은 청원에서 “현재 우리 학교 뒤편에는 영동고속도로가 있어 학생들은 도로의 소음으로 인한 듣기 평가, 수업 등에서 굉장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매연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은 지난 4일 4435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로 마무리 됐다. 동원고는 다시 한 번 청원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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