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란 행위의 시간적 과정을 중시하는 예술 장르로서 예술가의 육체적 행동이나 행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런 퍼포먼스를 수집한다는 말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2019년부터 국내 미술관 중 최초로 퍼포먼스를 수집·소장해왔다. 경기도미술관의 2021 교육프로젝트 전시 ‘몸 짓 말’은 우리가 감상자에서 행위자가 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각자의 몸짓과 방법으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해냈다.
이건용 작가는 “행위미술은 공연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 있는 사람과 개념 및 상황을 같이 공감하고 쓰는 것”이란 말을 남겼다.
1976년부터 이어진 그의 ‘신체드로잉’은 자신의 몸을 도구로 해 캔버스에 몸의 움직임을 남긴다. ‘신체드로잉 85-2’는 마치 꽃 위에 작가 자신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몸에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말처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그림을 보는 것은 눈만을 이용해 감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용 작가의 작품은 몸의 움직임, 즉 행위를 하는 몸에 집중하게 한다. 그 중 백미는 ‘달팽이 걸음’이란 작품이다.
그는 미술관 바닥을 캔버스 삼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그리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몸의 현존 흔적을 쌓은 후, 이를 ‘지우는’ 행위를 통해 시간의 구성 속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장지아 작가는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를 자신의 몸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모든 상황을 즐겨라’는 작가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사회적 시선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화면 속 퍼포머로 등장한 그녀는 머리카락이 당겨지는가 하면 계란과 주먹을 맞고 있음에도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만이 이 시대의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충고를 전하는 듯했다.
작품을 이해함에 있어 시대를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다. 김구림 작가와 성능경 작가는 그 시대를 안다면 더욱 이해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김구림 작가의 ‘도’는 1970년 유신정권 시대의 어지러운 정치적,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을 통해 작가의 행위를 볼 수 있다.
흰 천 위에 놓여있는 통나무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것이 함께 있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같이 존재한다는 음양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성능경 작가의 ‘신문읽기’ 역시 유신정권을 배경으로 한다. 사회 참여적 개념 미술인 이 작품은 유신시대 신문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유신정권 당시 검열의 대상이자, 공공의 언어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던 신문을 잘라내 읽으며 신문의 편집자가 가지는 권력 의도를 전도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매일매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이다. 반복된 행위이지만 같은 결과는 없다는 것이 마치 퍼포먼스를 행하는 순간의 찰나성을 표현한 듯하다.
이외에도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이 준비돼 있다. 시각이라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감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