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화성 입양아 학대 양부, 뇌출혈 아동 7시간 방치…골든타임 놓쳐

현재까지 혼수상태로 연명치료 중…소생가능성 낮다는 의견도
검찰,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양부 구속기소…양모는 불구속기소

 

두 살짜리 입양아를 때려 혼수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사건 당일 뇌출혈로 머리가 축 처진 피해자를 7시간이나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병원에 도착해 이미 뇌 손상으로 반혼수상태(Semi-coma)였던 아이는 응급수술 후 현재까지 혼수상태(Coma)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원호 부장검사)는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양부 A(36·회사원)씨를 구속기소 했다.

 

또 A씨의 학대행위를 알면서도 방치한 아내 B(35·주부)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순까지 경기 화성시 주거지에서 2018년 8월생인 입양아 C(2) 양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4차례에 걸쳐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회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지난달 6일 오후 10시께 잠투정을 하는 C양의 뺨을 강하게 때려 넘어뜨리고, 이틀 뒤인 8일 오전 11시에는 말을 안 듣는다며 또다시 뺨을 세게 때려 쓰러뜨리는 행위를 4회 반복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뜨린 혐의도 받는다.

 

B씨는 A씨가 C양을 이렇게 학대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C양이 반혼수상태에 빠진 8일 오전 11시 얼굴에 심한 멍이 들고 몸이 축 처져 있어 응급치료가 필요한데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같은 날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방치한 혐의도 있다.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안산단원 병원 응급실에 온 C양의 상태를 본 의사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튿날 새벽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사건을 송치받아 피의자 조사, 응급의학과 및 신경외과 전문의 서면조사, 법의학 전문의 자문 등을 통해 보름 이상 보완 수사를 거쳐 A씨와 B씨를 재판에 넘겼다.

 

10세부터 5세에 이르는 자녀 4명을 둔 A씨와 B씨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C양(당시 생후 10개월)을 알게 돼 지난해 8월 입양했다.

 

A씨는 C양의 언어습득이 늦고 고집을 피운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던 중 C양이 친자녀의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사과하지 않았다거나 식사 후 빈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손찌검을 시작했다.

이후 C양을 상대로 한 폭행 수위를 점차 높이다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뺨을 세게 때려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의식을 잃게 만든 것이다.

 

C양의 멍 자국과 CT, MRI 결과를 본 전문가들은 “A씨가 수차례에 걸쳐 C양의 뺨을 세게 때려 갑작스러운 머리 회전과 흔들림으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A씨는 C양이 사건 당일 거실에 있는 높이 30㎝의 의자에서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자녀들 진술에 의하면 이런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C양이 위중한 상황에 빠졌는데도 어버이날을 맞아 외갓집에 들르는 등 볼일을 보느라 아이를 7시간가량 방치했다.

 

그는 “아이가 자는 줄 알고 병원에 늦게 데려갔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동 중에 몸의 뒤척임이 자는 아이와 뇌출혈로 의식이 없어 ‘축 저지는 증세’가 나타나는 아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C양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우측 뇌 상당 부분이 손상된 반혼수상태로, 가천대길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후 현재까지 혼수상태로 연명치료 중이다.

 

반혼수상태는 외부 자극에 반응이 있으나, 혼수상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로, 앞으로의 소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피해자를 대리하고, 관련기관을 통한 경제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C양의 치료 및 회복 정도를 고려해 파양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은 폭행 후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오랜 시간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