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선생의 작품은 모두 저절로 그림이 만들어졌어요.”
박재동 화백이 ‘김민기, 아침이슬 50년’ 전시에서 김민기 노래를 재해석한 4장의 신작 그림을 선보이는 소회를 전했다.
10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김민기의 예술과 정신에 영향을 받은 예술작가들의 오마주 전시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이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가수 김민기가 작사·작곡해 1970년에 선보인 노래 ‘아침이슬’ 발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경기 컬쳐 로드’ 사업의 일환으로 6월부터 ‘아침이슬 50년’ 김민기 헌정 사업을 본격 추진해 ▲음반 ▲공연 ▲전시를 진행한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김민기헌정사업추진위원회 주관, 한국대중음악학회 협력으로 꾸며지는 이 전시는 시각예술가들의 김민기 트리뷰트 작품(40여 점)과 김민기의 예술세계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김민기와 동문수학한 박재동 화백을 비롯해 김보중, 김수남, 김창남, 레오다브, 박경훈, 박영균, 서원미, 양동규, 이강화, 이상엽, 이원석, 이종구, 이중재, 이태호, 이하, 임옥상, 임채욱, 정태춘, 최호철, 홍성담, 홍순관 등 2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민기와 함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다닌 인연이 있는 박재동 화백은 이번 전시에 신작 4점을 출품했다. 김민기의 노래를 재해석하여 작품으로 그려냈다고 해 기대가 모아진다.
박재동 화백은 “김민기 선생은 비슷한 또래에다 학교도 같이 다닌 적이 있다. 당시는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의 작업들이 얼마나 놀랍고 소중한지 새삼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무릎을 탁 칠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그림을 보면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라는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작품 ‘종이연’ 속 철길을 뛰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종이연 날리자 하늘 끝까지 내 손이 안타도 구름위까지’라는 가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붉은 태양아래 묘지 가운데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담긴 박 화백의 ‘아침이슬’은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라는 가사와 꼭 닮아있다.
발표 당시 대한민국의 억압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듯한 가사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아침이슬’은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된 바 있다.
박 화백은 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며 “‘아침이슬’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됐다. 애잔하고 따뜻하게, 서럽게 때로는 나지막히 우렁차게 우리를 젖게 하고 조용히 움직이게 한다”고 덧붙였다.
‘강변에서’는 굴뚝에 검은 연기 내뿜는 공장과 강물을 배경으로 늘어진 어깨에 퀭한 눈빛을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동명의 노래를 들으며 그림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른다.
끝으로 박재동 화백은 “그는 음악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을 또 하나 만들어 얹어 주었다. 그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김민기, 아침이슬 50년’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14일 간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