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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의 미디어깨기] ‘빅브라더’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구글과 유튜브, 넷플릭스에 이어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와 같은 미국산 글로벌 미디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의 눈길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닥치는 대로 데이터를 끌어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그저 그런 상업 광고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유사 정보가 ‘사람사는 이야기’를 압도한다. 유튜브에 한번 들어가면 꼬리를 무는 ‘핫한’ 영상을 보느라 늪에 빠진 듯 정신 줄을 놓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뉴스나 정보 검색, 쇼핑과 관련이 있는 포털과 손절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중독 상태라는 진단도 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미디어 제국’의 목표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기나 유튜브같은 플렛폼, 각종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그 곳에서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되었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불필요한 이용을 자제하려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 스크린 반대편에서 우리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자제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임무이자 직업인 수천 명의 천재 전문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지구 기후변화나 자원고갈, 낭비자본주의, 인류의 미래 등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은 뒷전으로 밀린다. 복잡한 ‘거대담론’을 사람들이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알고리즘이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친절하게 제공해주는 고양이 동영상이나 정치적 가십, 스타의 사생활이나 스포츠, 미스터리에 ‘몰입’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뉴욕대 스콧 갤러웨이교수는 《플렛폼 제국의 미래》(2018)에서 구글을 현대인의 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사피엔스는 멀지 않아 사람의 두뇌를 해킹하여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초인)를 만들며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설 것이다. 《사피엔스》(2015)를 쓴 예루살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초인’은 유전자조작, 사이보그(로봇과 인간의 결합), 비유기물(AI의 자체진화) 세 방향에서 달려오고 있다.

 

‘초인’이 지구를 구할 ‘슈퍼맨’이 될지 ‘빅브라더’가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조지 오웰은 정보통제로 우리가 무지의 상태에 놓일 것을 우려했다면 헉슬리는 과잉 정보로 우리가 수동적, 이기적 존재로 전락할 것을 두려워했다.

플렛폼자본주의 세상은 외형상 헉슬리의 예언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오웰의 세계’에 가까울 수도 있다. 오웰은 1948년에 쓴 《1984》 서두에 이렇게 썼다. “그것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도록 고안된 포스터였다. 포스터 아래에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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