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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처럼, 행궁동 현실도 언제나 미소 짓기를

김현광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
웃음 속에 슬픔그림자, ‘행궁동 사람들’
정(情)으로 얼버무리기엔, 너무 짠 눈물

 

# 뮤지컬 ‘2010년, 행궁동 사람들’ 연출 좋아 

 

‘여기는 행궁동~ 하얀 아침이 밝아오고~ 골목길 사이사이 이어지는 추억과 이어지는 사랑과 이어지는 우리들. 오늘도 아침을 시작해’

 

상쾌한 노래로 시작하는 행궁동의 아침이 밝아온다. 무대는 즐겁고 밝다. 배우는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다. 배우들의 얼굴 표정과 몸짓은 열정이 가득하다. 조명과 음향은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소품과 장치는 무대 속이지만 현실에 더 가깝다. 노래는 애환도 있지만 기쁨이 질펀하다.

 

조그만 무대 속에 필요한 장치를 빈틈없이 채워 넣은 것이 참 대단하다. 그 좁은 틈 사이로 배우들이 튀어나오고 사라진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배우들은 개성이 톡톡 튀는 여러 역할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 낸다.

 

천둥과 번개의 찌릿함을 체험하게 한다. 시간의 흐름을 변화하는 달의 모양으로 보여주는 섬세함이 가슴까지 비춘다.

 

행궁동에는 꼰대와 청춘이 대립도 하고 이웃도 된다. ‘한 동네 사람인데 도울 건 도와야지’ 하면서 말이다. 골목마다 애환도 있고 웃음도 있다. 오래된 담장, 간판, 평상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그곳에는 정(情)이 있고 서민의 삶이 배어있다. 모두 요술상자와 같은 연출이었다.

 

 

# 2021년, 행궁동... 30여 년간 도시공동화 지역

 

세계유산 ‘수원화성’으로 둘러싸인 행궁동은 개발의 역사를 파도처럼 겪고 있는 지역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가장 번화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 상권이 가장 좋고 땅 값이 최고로 비싼 곳이었다. 이후 동수원, 영통 개발과 많은 아파트 건설로 상권과 인구가 급속히 빠져나갔다.

 

1997년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록됐고, ‘화성행궁’은 2003년 1차 복원됐다.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는 많은 노력도 있었다. 그렇지만 행궁동은 인구가 줄어 초등학교 1곳이 이전하는 등 30여 년간 도시공동화 지역이었다.

 

시대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생태교통도시 준비가 시작되고, 팔달구청과 화성박물관이 들어서면서 행궁동은 새롭게 변모했다.

 

공방거리, 카페거리가 뜨거운 명소로 자리매김했고, 조용했던 골목은 차와 관광객들로 주말에는 번화가를 이룬다. 한 집 건너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섰을 정도다. 오래된 점포들은 젊은 감각에 맞는 새로운 가게들로 채워졌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간다. 소음, 불법주차,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 이웃 간 불화 등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절박한 현실의 아픔, 있는 그대로 던져 주었다면? 

 

무대는 현실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2010년, 행궁동 사람들’은 현실 속 한편의 희망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관객은 사회와 현실의 아픈 문제들을 사실대로 보여주길 더 원할 수도 있다.

 

절박한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던졌으면 어땠을까? 감상적인 현실이 아닌, 현장의 치열함을 좀 더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갑질과 눈물들을 보다 적나라하게 펼쳐냈으면 어땠을까? 그것을 관객들 가슴에 사회적 문제로 던져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현실의 응어리들을 그저 정(情)으로 얼버무리기에는 힘없는 서민들, 돈 없는 임차인들의 눈물이 너무 짜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또 문제를 개선하고 더 좋은 마을로 가꾸기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도 있다.

 

행궁동 역시 아름다운 뜻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무대의 마지막 합창처럼 행궁동 현실도 언제나 미소 짓기를 희망한다. ‘여기는 행궁동~ 매일매일 미소 지으며 아침인사 나누는~ 따뜻한 정을 가진~ 우리는 행궁동 사람들’의 가사처럼 말이다. (글=김현광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

 

[ 경기신문/정리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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