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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단고기

 

 

 

단고기란 북쪽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고기가 개고기라고 하면 혐오의 눈길부터 보낼 것이다. 그러나 남쪽에서 개고기 식용이 사라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불과 몇 년 전 까지만도 보신탕이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이 있었다. 무더위에 발잔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단고기는 삼복을 이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 남북한 사람들이 오랜 세월 좋아하고 즐겨한 음식 중 하나이다.

 

남쪽에는 보신탕집이 사라졌지만 북쪽 사람들은 지금도 삼복 음식으로 단고기를 좋아한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도 적으니 식용을 거부하거나 혐오는 사람도 없다. 번식력이 뛰어나 한 번에 12마리씩 낳고 한 달이 좀 지나면 토실토실한 강아지를 이웃과 나누었다. 주인에게 충실한 개는 목줄을 하지 않아도 떠나지 않고 집을 지킨다. 사람을 좋아하고 죽을 때를 알면 슬며시 도망갔다가 다시 찾아온다. 이런 명물이 식용으로 쓰일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시키기도 한다. 일만 하다가 식용이 되는 소 보다는 덜 아쉽겠지만 주인집 밥을 얻어먹고 자라 고기까지 내놓는 개를 아니 키울 수 없다. 그래서 주인에게 꼬리곱터를 열심히 젓는 충견에게 개고기가 아닌 다른 언어로 북쪽에서는 ‘단고기’ 남쪽에서는 ‘보신탕’이라 한다.

 

그런데 왜 북쪽 사람들은 남쪽에서는 혐오하는 단고기를 지금도 좋아할 가. 남쪽에서는 이미 보신탕이 아니라도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할 충분한 자원이 있다. 맛을 즐기기 위해 몇 십리 몇 백리도 찾아가고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 맛 집이 허다하다. 단백질 자원이 부족할 때 삼복에 먹는 보신탕은 인기가 있었다. 또 다른 이유로 남쪽의 애완견은 사람 이상으로 사랑받는다.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도 강아지의 육아일기나 지능을 가진 천재견 관련 유튜브는 조회수가 엄청 높다. 동물은 사람과 동일시되어 함부로 학대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처벌하는 관련 법규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쪽에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으로 이를 대처할 다른 음식이 풍부하지 않다. 그리고 애완견을 사람 이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문화가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동물은 식용이라는 인식이 더 높다. 그러니 아무리 충견이고 주인이 사랑하는 견이라 할지라도 종국에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도 없다.

 

북쪽에서는 무더위에 단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다. 이것을 국가에서 장려하고 하나의 음식문화로 정착해 가고 있다. 이전에는 푹 삶아 고기를 실처럼 찢어 국물과 함께 먹었다면 지금은 단고기 수육, 단고기 갈비찜 등으로 요리방법도 다양해졌다. 번식력이 강하고 쉽게 키울 수 있는 犬은 무더위에 허한 기를 살리는 보양식으로 아직도 인기가 높다. 북쪽에서 단고기를 대처할 음식이 없다면 수요는 계속 높아질 것이고 남쪽의 삼겹살과 같은 단고기 음식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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