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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작가 오동명의 신간 소설 두 권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장군어미귀향가’... 기필코 운명을 넘어선 여인의 이야기

광고사진가, 사진기자로 16년을 활동하다 1999년 말, 언론의 바른 역할을 강조하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업계를 떠났던 인물. 작가 오동명은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건 아니다’라는 자극이 자신을 더욱 글쓰기에 전념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동시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오동명 지음/멘토프레스/324쪽/1만2600원

 

이 책은 ‘나는 정신과병원의 사진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어느 날, 정신과의사가 예술치유의 일환으로 사진가를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 인물로는 50대 목사부인과 40대 여성, 20대 초반의 대입재수생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물질 만능과 학벌 중시 사회 속,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가족이나 의사, 예술가, 검사, 종교 등 소위 전문가를 포함한 거대집단 사회는 온전한가를 끊임 없이 반추하고 있다.

 

언론은 선정적인 제목이나 사진으로 국민들이 곡해하고 오해하기 쉽게 조작, 악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요즘 세태를 비웃듯, 터무니없는 압수수색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도 눈에 띈다.

 

사진사가 감옥생활을 하던 중 전과 18범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는 “검사들은 제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자들이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후루루룩. 아직 형이 확정 안 된 사람을 감옥부터 처넣고 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되거든. 안 돼?”라고 한다.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지만, 이 소설은 결국 따뜻한 사랑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사랑이 모든 관계에서 매개한다면, 혼란이나 갈등, 반목과 질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장군어미귀향가/오동명 지음/멘토프레스/300쪽/1만2600원

 

 

이 책은 1800년대 조선 말기, 내방가사로 전해오고 있는 ‘덴동어미화전가’와 1998년 출간된 공지영 소설 ‘봉순이 언니’의 조합으로 탄생된 창작소설이다.

 

하지만, 200년 전 영주지역에서 태어나 네 번 결혼하고 모두와 사별하는, 질곡 많은 삶을 살았던 ‘덴동어미’(불에 덴 아이의 엄마)의 모습은 없다.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치면서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비극적 삶의 말로를 예고했던 ‘봉순이 언니’의 삶을 닮지도 않았다.

 

작가는 태생의 비극에 순응하는 여인상이 아닌, 기필코 자신의 운명을 넘어서고 마는 인생역전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풀어 ‘장군어미귀향가’를 써 냈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소설 봉순이 언니-봉순이로 독립선언’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철저히 봉순이 입장에서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되며, 구전설화 ‘덴동어미화전가’가 적절히 배합돼 있다. 

 

“믿어보는 게 아니라 이젠 믿는다. 아무리 지은 얘기지만 심봉사도 눈을 뜬 역사가 있고, 우리에게 그런 법이 없으란 법도 없는 것이다. 팔자? 그 따위 팔자는 타령만 하면 된다. 타령은 노래다. 노래 한 번 질러대고 끝내면 되는 일이다.” (137쪽 中)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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