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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푸른지대창작샘터 작가들의 다짐 ‘또다시 흐르기로 작정하였다’

수원아트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오는 22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서 개최…15팀 참여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문화예술계 작가들 역시 1년여의 시간동안 전시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마땅히 작업할 공간이 없어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 지난해부터 오늘날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작가들이 모여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또 누군가는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작품에 담은 전시가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또다시 흐르기로 작정하였다’ 전시는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1기 입주작가들이 지난해부터 레지던시에서 보낸 시간을 담아낸 60여 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참여 작가는 15팀(16인)으로 고창선, 곽지수, 레레, 박영학, 박지현, 박형진, 박혜원, 봄로야, 송영준, 아웃스톨러, 이지현, 정진, 채효진, 하명구, 한유진 작가 등이다.

 

작가들에게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임시로 제공하는 레지던시는 입주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터전을 찾아 떠나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공간에 정착한다는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정진 작가의 작품은 거대한 폭포수를 배경으로 알약을 툭하고 부러뜨리는 손과 ‘안돼’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 손을 뻗는 장면이 단순한 만화처럼 그려져 있다.

 

‘Please 1, 2’와 ‘모두다 Please!’는 전통설화의 구약여행 모티브와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결합해 각기 욕망과 대치된 상황을 극적인 장면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창선 작가는 자신의 실제 이동 경로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탈리안 라인’, ‘평범한 날들’ 등 작품에서 캔버스 위에 선으로 기록된 작가의 여정은 정확한 이동 위치나 목적을 파악할 수는 없다.

 

 

이러한 설명 없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과연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GPS에 축적된 여정을 간결한 선으로 표현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TV 속 부단히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지에 먹으로 채색한 채효진 작가의 ‘Mind6’, ‘Mind7’은 삶의 이면과 타인과의 거리감, 상실, 그리움 등을 그리며 사라지는 고통과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보이는 두 작품. 산책하면서 밤의 빛에서 느낀 편안함과 아늑함을 그렸다는 작가는 관람객들 역시 아늑했던 삶의 기억을 떠올리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2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길조를 의미하는 상상 속의 새 가릉빈가(迦陵頻伽)를 중심으로 비상해서 날아오르고 싶은 자신을 투영한 한유진 작가의 ‘꿈의 정원’과 장지에 방해말, 목탄, 숯을 이용해 현실과 이상 너머의 교차지대에서 마주친 모습을 그린 박영학 작가의 ‘단아한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20대 여성의 자살률에서 출발, 사회적인 폭력과 압력 혹은 지나친 관심 등 그녀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상황을 ‘얽매이다’, ‘끊어지다’, ‘끌려가다’ 등으로 은유한 레레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정령(精靈)이자 신(神)인 도깨비를 주제로 도자 작품을 선보이는 하명구 작가의 ‘해태’를 끝으로 전시가 마무리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수연 기획자는 “입주작가들은 레지던시 공간에 임시로 거주하면서 사고의 변화, 작업의 변화를 꾀한다. 이 전시는 입주작가들의 현재 좌표에 점을 찍고, 다시 새로운 좌표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길영배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예술지원을 통해 문화도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류의 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또다시 흐르기로 작정하였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며, 수원문화재단 및 수원미술전시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므로 참고해야 한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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