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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산 요소 수입 ‘생색내기’…화학업계 “품질 낮아 사용 안해”

요소수 대란에 정부 “베트남산 요소 5000여톤 긴급수입”
“베트남산, 품질 기준 미달이라 오래전부터 안 써온 것”
20년간 베트남산 수입 단 200kg…중국산 의존도 90%
‘긴급조치’ 수입, 정작 ‘부적합하면 산업용’ 예외 남겨
”저품질 쓰면 고장 확실…제조사 책임 정부가 보장할까“
“넋 놓고 있다 ’보여주기‘식 대책…’0 수입’=품질 반증”

 

정부가 요소수 대란으로 수입을 추진 중인 베트남산 요소에 대해 화학업계는 품질 미달 문제를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요소는 크게 비료용·공업용·차량용으로 나뉘며, 이를 구분 짓는 기준은 용도별 구분이 아닌 불순물 함유량 차이로 나뉜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수는 ‘애드블루 그레이드(Adblue Grade, 독일식 요소수 품질기준)’와 ISO(국제표준화기구) 규격을 따라 품질기준과 관련 성분의 한계치 규격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요소를 엄선한 이유는 요소수가 SCR(질소산화물저감장치)에 사용시 차량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중국산 요소를 사용하는 이유는 애드블루 기준에 따라 가격·성분 등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업계에선 베트남산 요소는 차량용 요소수로 사용할 스펙(제원)이 낮아 오래전부터 수입 검토도 하지 않던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요소가 만들기 쉬워도 품질 검사 후 수입을 결정한다. 품질이 기준에 맞으면 수입하고, 그렇지 못하면 수입하지 않는다”고 원료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세청 HS코드 기준에 따르면 요소는 크게 2가지(비료용, 산업용·차량용)로 나뉘는데,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검색 결과 2001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베트남에서 수입한 산업용·차량용 요소의 총량은 단 200kg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된 200kg도 지난해 12월에 수입된 물량으로, 지난 5년(2017~2021년)간 수입된 산업용·차량용 요소 전체 물량(7만2163.4톤)의 0.0002%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중국에서 수입한 산업용·차량용 요소는 6만5402톤으로 전체의 90.6%를 차지하는 등, 국내 요소 수입이 중국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정부는 범부처 합동대응회의 등을 통해 중국의 요소 수출규제로 발생한 국내 요소수 대란과 관련, 베트남산 등 중국 외 국가를 통한 요소 1만톤 수입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8일과 10일 베트남산 요소를 각각 200톤, 5000톤씩 확보해 다음달 초 국내에 도입할 것이라 덧붙였다.

 

반면 해당 발표에서 ‘베트남산 요소가 차량용으로 사용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며 ‘부적합할시 산업용으로 제조할 계획’이라 조건을 붙이는 등 예외 기준을 남겼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긴급대책으로 내놓은 베트남산 요소 수입이 실효성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화학업계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발표부터 먼저 한 ‘여론 진화용 조치’가 아니냐는 불만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저희도 낮은 품질의 요소로 만든 요소수 사용을 권유하지 않는다. 그런 요소수를 쓰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맞을텐데, 정부가 과연 이를 보장해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디젤차 SCR이 고가의 장비인데, 품질 낮은 요소수를 쓰면 장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요소 가격 상승을 보고 올해 1~9월 중국의 요소 수출 물량 500만톤 중 47.5%를 가져갔다”며 “반면 한국은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 발표 보름이 지난 후에도 이것이 일으킬 리스크·데미지를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호주에 수송기를 띄워 20톤 긴급 수입하는 등 보여주기식 정책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국내에서 요소수를 생산할 요소는 충분히 있다. 문제는 12월부터의 사용량 부족에 대한 대책 수립”이라며 “정부 연구원 시험 인증절차에도 몇 주가 걸린다. 베트남이 인건비 대비 중국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았을 텐데, 지난 20년간 베트남산을 수입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품질에 문제가 있었단 반증”이라 설명했다.

 

한편 본지는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내 요소수 사태 대응 담당 부서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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