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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조업 일자리·유출 비상이다

경제 안보에 대응할 역량 키워야

  • 등록 2022.02.08 06:00:00
  • 13면

일자리 경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미·중 갈등속 세계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을 동남아국가들이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2018~2020년 미국의 중국 부품·소재 수입 규모가 1435억달러에서 948억달러로 34% 줄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채웠다. 이들 동남아 6개 국가들의 수출 규모는 21%나 늘었다.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이 미중 갈등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과거 ‘플라자합의’(1985년)를 신호탄으로 일본과 경제전쟁에 나서자 한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국내 기업들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지금은 미중갈등의 수혜를 동남아국가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미국 전체 부품·소재 수입액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8년 18.5%에서 2020년 12.9%로 하락할 때 동남아는 8.9%에서 11.4%로 상승했다. 한국은 같은기간 4.4%의 현상 유지에 그쳤다. 

 

이런가운데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추진된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 자국 내 복귀) 정책으로 일자리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긴축에 나서는 배경에도 고용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상황이 반대로 가고 있다.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줄고, 해외 고용은 급증해 일자리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5∼2019년 제조업의 국내 고용과 해외 법인 현지 고용 추이를 분석했는데, 국내 고용이 약 18만 명 감소(-3.94%)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2020년 국내 직원 수와 맞먹는 규모다.

 

 같은 기간에 일본은 3.34%, 독일 3.27%, 미국 3.08% 각각 증가했다. 이는 각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세금 등에서 리쇼어링을 촉진하는 유인책을 펴온 결과물이다.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사이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법인의 현지 고용 인원은 오히려 42만 6000명(29.4%) 증가했다. 이에비해 일본과 미국은 해외투자법인의 현지 고용 인원이 각각 4.9%(21만 6000명), 0.2%(1만 명) 줄었다.

 

 해외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중 절반(49.5%)이 본사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KOTRA의 최근 조사도 경종을 올리는 소식이다. 미중갈등의 지정학적 변수에다 국내 제조업 투자 환경 등이 모두 국내 일자리 감소·해외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민간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없어 공직 진출에 승부를 거는 젊은이들이 대거 양산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있었지만 여기서도 청년세대 등 미래먹거리를 담보할 이렇다할 일자리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양질의 임금소득이 전제되지 않는한 결혼, 출산, 주거, 연금, 복지 어떤 것도 사상누각이다. 기술개발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의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경제안보에 대응할 수 있는 지도자와 국가적 외교역량도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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