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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진보(進步)

 

인류가 진보하는 것은 바로 종교적 신앙이 진보하기 때문이다. 신앙이 진보한다는 것은 새로운 종교적 진리를 발견하거나, 인간의 세계와 신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것이 아니라, 종교적 이해와 결부된 모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는 일이다. 새로운 종교적 진리라는 것은 없다. 유사 이래 모든 현자의 세계 및 신에 대한 관계는, 오늘날의 것과 완전히 같다. 종교가 진보하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이미 발견되고 표현된 것을 정화하는 데 있다. 

 

신앙이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선각자들에 의해 도달된, 인생에 대한 가장 높은 이해의 지표이며, 그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도 언젠가 틀림없이 불가항력으로 그것에 접근해가게 된다. 

 

진정한 진보, 즉 종교적 진보와 기술적, 과학적, 예술적 진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기술적, 과학적, 예술적 업적은 현대에서 볼 수 있듯 종교적 퇴보 속에서도 매우 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온갖 미신과의 싸움과 종교적 의식의 해명, 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진보의 투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세상의 권력자들이 권력의 힘을 빌려 폭력적으로 억누르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진보정신은 곳곳에서 뚜렸하게 나타나고 있다. 곧 모든 인간은 신 앞에서 평등하다는 신앙에 기초한, 법의 공평성, 약자 보호, 적대관계의 해소, 인류에 대한 초월적인 사랑이다.

 

이 사랑의 활동은 이 세상의 죄악을 뿌리 뽑고, 시들어가는 생명에 활력을 주며, 슬퍼하는 자를 위로하고, 묶인 자의 쇠사슬을 끊어, 인간세계에 진정한 진보를 완성한다. (라므네)

 

근세는 결코 기독교의 시대가 아니다. 이 몇백 년 동안 인류의 하느님은 사실은 민족신앙이었다. 문명, 야만 할 것 없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정신적, 물질적 모든 사건의 결정권을 가지고 인간살림에 마지막 지도는 하는 권위는 기독교가 아니요, 민족국가였다. 종교가 있기는 했지만 사(私)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사적인 공(公)에 대하여는 스스로 발언권을 포기했다. 그들은 구차한 생존을 자유와 바꿨다. 이 몇백 년 동안 기독교가 발전한 것은 식민지적 발전이었다. 결코 초대기독교의 모양으로 세속적 세력과 싸워 순교함으로써 얻는 것이 아니었다. 타협, 추종, 굴복으로 얻은 것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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