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극 생물이 추위에 더 강한지 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극지연구소는 극지생물이 영하의 온도에서 얼지 않도록 돕는 물질의 활성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찾아냈다고 3일 밝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얼음결합 단백질(IBP)은 극지 생물 체내에서 얼음결정이 자라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얼음의 녹는점과 어는점이 차이나는 현상(온도이력)이 나타나는데, 이 차이가 클수록 얼음결합 단백질의 효과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결합 단백질은 생식세포 등을 냉동 보관할 때 세포 파괴나 독성 발생 등 부작용 가능성이 적어 의료산업에서 고부가가치 물질로 꼽힌다. 하지만 어떤 얼음결합 단백질이 높은 온도이력을 갖는지 구조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확인되지 않아 그간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극지연구소 저온신소재사업단(단장 이준혁)은 미국의 남극 맥머도 기지 주변 해빙에서 채집한 박테리아가 내뱉는 얼음결합 단백질을 분석, 단백질의 강성(rigidity)이 온도이력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강성은 외부 힘에 변형되지 않고 견디는 정도를 말하는데, 얼음결합 단백질은 강성이 높을수록 얼음 결정과 잘 결합해 얼음의 성장을 막고 있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징은 다른 얼음결합 단백질의 활성을 분석하는 데도 적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음결합 단백질이 활동하는 장소도 새롭게 확인됐다. 기존에는 세포 밖으로 분비돼 미생물이 얼음에 갇히는 것을 막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막에 붙어서 박테리아를 보호하는 현상이 목격됐다.
이번 연구는 생화학 분야의 전문 학술저널 2022년 2월 호에 게재됐다.
도학원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저온생물학, 식품공학, 재료공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얼음결합 단백질의 응용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활성이 뛰어난 얼음결합 단백질을 디자인하고 응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