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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국가 그리고 나(1)

 

 

국가가 없으면 어찌될까. 보호해줄 국가가 없기 때문에 살아있어도 투명 인간이다. 그래서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 했으니, 개인에게 국가라는 울타리는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고 희망이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 그곳은 터전이 아니라 속박이 된다. 삶의 터전을 잃어보았기에 역할을 상실한 국가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프게 경험했다.

 

조국이라는 말은 타향에서 서러움을 가진 사람에게 향수처럼 다가온다. 1960년대 부모님은 두만강을 건너 북조선으로 갔다. 처음에는 못 생긴 고무신에 딱딱한 과자도 좋았다고 했다. 사는 것이 형편없이 불편해서 아버지는 몇 번이고 이전에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미 막혀버린 국경과 가정이라는 멍에를 놓을 수 없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두만강 너머 정든 사람들이 그리워 흘린 눈물이 한(恨)이 되었다. 이십년의 시간이 흐른 뒤 국경을 넘을 합법적 여권이 나왔을 때 기쁨과 회한으로 뒤섞인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당연한 권리이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지나간 세월은 어디에도 보상받을 곳이 없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선포한 날이다. 1948년 9월 9일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생겨난 날이다. 이날은 휴일로 국가가 생겨난 날을 경축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의 성과를 자랑하고 열병식도 한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익숙하겠지만 낯선 곳에 머물게 된 부모님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한 개씩은 받는 훈장조차 없으니 주변인이 사회의 인정을 받고 살기란 힘든 것이다. 가진 것은 기술뿐이라 힘든 노동은 면했지만 꼬리에 붙는 비당원이라는 차이를 극복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사회의 인정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희비가 국가와 연결되니 ‘고난의 행군’이라는 사건만 아니라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국가가 나에게 주는 영향은 크다. 나는 지금 어떻게든지 북쪽에서 살아온 모든 것을 부정하려 애쓴다. 그럴수록 퍼렇게 살아나는 그리움 같은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충돌하면서 글쓰기조차 자유롭지 않다. 9월 10일은 민속명절인 추석이다. 이때가 되면 고향과 국가라는 단어가 뒤섞이면서 오갈 수 없는 불편으로 발작적인 분노가 생긴다. 고향이라는 말에 미소 짓다가도 국가라는 말에 굳어져 혹시 모르고 지은 죄는 없는지 실수한 말은 없는지 자기검열 하는 습관적 행동이 있다. 삶의 터전을 상실했다는 것도 힘들지만 새롭게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나도 이룰 수 없는 그리움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추석에는 한잔 술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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