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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지금 당장, 기후정의

 

지난 8월 8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역대급’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내린 폭우였다. 하루 최대 강수량과 시간당 강수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서울 동작구엔 시간당 강수량이 140밀리미터를 넘겼다. 1907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라는 주택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집 안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동작구에서도 반지하방 거주민이 같은 사고로 숨졌다. 유례없는 폭우가 가장 먼저 할퀴고 지나간 곳이 반지하였다. 기후 재난은 모두에게 불행을 안기지만,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에겐 비극적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해 언론은 어떤 보도를 주로 하고 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를 참고했다. 기후 위기 관련 기사의 상당은 특정 기업의 대응을 소개하고 계획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국내 최초 혹은 최대를 언급하거나 강조하면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조한 홍보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잘 따른다면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일이고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업의 발표나 선언을 언론이 기사에 옮겨 싣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은 한계로 보인다. 다음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나 관련 통계를 소개하는 현황 보도가 많았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나 중요성을 말해 주는 지표로서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기후 위기의 원인을 짚어보고 대응을 촉구하게 할 수 있는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아쉽다. 언론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게 하고, 정책지지를 포함하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게 해야 의미 있는 보도라고 볼 수 있겠다는 점에서다.

 

지난 24일, 서울시청 근처 일대에 3천5백여 명이 모여 ‘924 기후정의행진’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치면서 기후재난 최전선 당사자임을 스스로 자처했다. “우리는 기후 위기, 기후재난 앞에서 가장 맨 먼저 위기에 노출될 이들”이라면서 “그렇기에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할수록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동등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비롯되는 불평등과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정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 문제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다는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기후 위기 시대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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