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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보름 앞두고 위기에 빠진 한구야구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냉냉해진 팬 분위기
약해진 투수력, 선수 노령화, 전임 감독 부재 등 총체적 난국
야구 중흥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 마련 시급

 

2023시즌 프로야구 개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야구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10개 구단이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하면서 야구에 대한 열기가 급격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WBC 본선 1차전에서 호주에 7-8로 패했다.

 

대회 전부터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지만 패배의 쓴맛을 봤다.

 

대회 전부터 호주를 한수 아래로 평가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한국은 7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호주의 강한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10일 열린 숙적 일본과의 2차전 경기에서도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먼저 3점을 뽑았지만 불펜진의 부진으로 뭇매를 맞고 4-13으로 대패했다.

 

한국은 아마추어급 선수들로 구성된 체코와의 3차전에서도 7점을 뽑으며 승리하긴 했지만 투수들의 난조 속에 3점을 내줬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번 WBC에 젊은 투수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대표팀 전체 평균 연령이 29.2세로 일본 대표팀(27.3세)보다 2살가량 많았다.이 중 타자들의 평균 연령은 31.3세였고 투수들의 평균 연령은 27.1세였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 제 몫을 한 젊은 투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김윤식(LG)과 소형준(kt), 이의리(KIA) 등이 중요한 고비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베테랑인 김광현(SSG)과 양현종(KIA)도 이번 대회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베테랑 투수들은 노쇠했고 젊은 투수들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한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투수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줬다.

 

투수력 강화는 한국야구 부활의 가장 큰 숙제가 됐고 좋은 투수들을 키워내지 못하면 2026 WBC에서도 참담한 결과를 얻을 것이 자명하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년 WBC 준우승을 차지할 때 한국 야구는 강한 마운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류현진과 김광현 등 강한 왼손 투수들은 물론 봉중근, 정현욱 등 주요 투수들이 중요한 경기마다 호투를 펼쳤다.

 

그만큼 한국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다.

 

반면 투수력 문제가 대두됐던 대회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다.

 

류현진 등 주요 투수들이 불참한 2013 WBC, 김광현 등이 부상으로 빠진 2017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이번 대회에서도 준비과정부터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국은 20대 젊은 투수들 중에 뽑은 만한 선수가 없자 김광현, 양현종 등 30대 중반의 베테랑을 다시 뽑아야 했다. 

 

한국의 투수력 저하는 빅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빅리그를 밟은 한국 선수들의 대다수는 투수였지만, 지금은 야수가 대부분이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 선수 중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효준(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 등 모두 야수다.

 

한국 야구에서 투수력이 약해진 것은 KBO리그에서도 여실이 드러났다.

 

 

KBO리그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 메이저리거급 투수들이 기세를 올리던 무대였다.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오승환 등이 수준 높은 야구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21시즌 KBO리그에서 나온 볼넷은 총 5천892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현재 KBO리그엔 MLB에 도전할 만한 투수도 없다.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양적 팽창에 성공했지만, 투수 자원의 질적 팽창은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 번도 풀타임을 경험하지 못했던 고졸 투수들을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하는 등 근시안적인 전력 운용에 집중했다.

 

마이너리그,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량 발전을 도모하는 미국, 일본 야구와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 투구를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머린스)는 2021시즌 11경기, 지난 시즌 20경기에만 출전했다. 일본은 긴 호흡으로 투수를 키워낸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훈련 과정을 소화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가 볼넷을 남발하고 그저 그런 투수가 된 선수는 한두 명이 아니다.

 

KBO리그 투수 상향 평준화를 위해선 국내 현실에 맞는 토양을 다져야 한다.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타자들의 노쇠화도 문제였다.

 

포스 마스크를 쓴 양의지(36·두산)와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은 이미 삼십 대 후반으로 접어들었고 중심 타선인 박병호(36·kt), 최정(36·SSG), 김현수(35·LG) 등도 30대 중반이다.

 

강백호(24·kt)와 이정후(25·키움), 박건우(33·NC)의 방망이가 날카롭긴 했으나 수적으로 부족했다.

 

이 때문에 눈 앞의 성적에만 급급하지 말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표팀을 젊은 선수들로 구성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을 이끌 전임 감독 부재도 성적부진의 한 원인이다.

 

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은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과 kt 위즈를 동시에 지도하기 위해 kt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을 대표팀 전지훈련지로 정했다.

 

하지만 현지 기상악화로 선수들이 제대로된 훈련을 하지 못했고 대회가 열리는 일본과의 시차 적응에도 문제가 생겨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국제 경쟁을 회복하려면 자주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관할하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다음 국제 대회는 연말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 3개국 젊은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다.

 

전임 감독제가 부활한다면 24세 이하 선수가 출전하는 APBC를 통해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프리미어12에서 이들을 주축 선수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 야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전임 감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야구의 주 무대인 메이저리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부터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치 클록을 도입하기로 해 시범경기부터 실험에 한창이다.

 

타격과 투구 준비 동작 모두 제한 시간을 적용하는 피치 클록 덕분에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20분 이상 단축됐다.

 

또 베이스에서 충돌해 선수가 다치는 걸 방지하려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고, 공격적인 경기를 위해 수비 시프트에 제한을 뒀다.

 

 WBC가 MLB 사무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인 만큼, 다음 대회부터 이러한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 경기신문 = 정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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