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 ‘주취자 구호시설’ 어디에 설치할까

‘기본권 제한필요 업무’ 공권력 기관 통해 집행하는 게 마땅

  • 등록 2023.03.23 06:00:00
  • 13면

이달 1일 대구에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때려 입술 등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힌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런데 이 남성의 정체는 음주 폭력행위자(주폭)를 담당하는 경찰 간부였다. 주폭을 다루는 형사 역시 취중에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술집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주춤했던 음주 범죄가 증가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폭행이나 협박, 상해, 갈취, 업무방해 등의 불법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 등 공권력을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강력범죄(살인·강도·폭행·강간)의 30%는 음주상태에서 발생한다는 경찰과 검찰의 자료도 있다. 대검찰청의 연도별 범죄분석 통계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분석했는데 2018년 기준 전체 강력(흉악)범죄 28.3%는 술에 취한 이들이 저질렀다. 특히 방화범의 43.1%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살인범죄는 33.6%, 강간범죄는 28%, 폭력·강력범죄는 27.4%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했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연간 1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수치도 나와 있다.

 

술 취한 이들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일선 경찰관들이다. 이로 인한 업무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일선 지구대에서는 술 취한 사람들에게 쏟는 인력과 시간을 주민들에 대한 치안서비스에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에게 폭언·폭행하고 순찰차에 토사물을 쏟아내는 일은 다반사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5년 설치한 ‘주취자 안정실’도 인권 문제 등의 이유로 2009년 폐지시켰다. 2012년부터 국공립 의료시설을 중심으로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병원 측에서 응급의료 외에는 주취자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관이 술 취한 사람들을 집 안방까지 ‘모셔다’주거나 술이 깰 때까지 보살펴야 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따라서 경찰관들은 방치된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주취자 보호법’이 경찰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 법은 각 지방정부에 ‘주취자 구호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본보(3월 20일자 7면)는 “주취자 수용이 인권 문제라는 말도 있었지만 정작 이들로 인해 다른 시민들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마저 위험에 노출된 상황”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갖춰진다면 사회적 안전 및 경찰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한 일선 경찰관의 반응을 소개했다. 아마 모든 일선 경찰관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주취자 구호시설 설치문제를 바라보는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마음은 다르다. 가평군 공무원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찰의 어려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찰관은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라도 할 수 있지만, 일반 공무원들은 그냥 도망만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발했다.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업무는 공권력 있는 기관을 통해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사고 발생 위험이 너무 큰 만큼 공권력이 있는 기관에 주취자 구호기관을 설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