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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

 

삶은 어떤 이에게는 바리바리 분홍이다.

 

순백의 영혼을 지닌 손남태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나라원 刊)’는 늘 그렇듯 핑크로 스스로를 물들이며 세상에 나온 시인 그 자체다. 띠지도 핑크다. 손 시인과 오랜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은 말한다, 손 시인은 삶 자체가 핑크라고.

 

밝히지 못한 삶의 지하에서도 그는 핑크였다. 누구인들 곪거나 ‘아야아야’한 상처가 없겠는가. 극복의 문제겠지. 손 시인은 차마 어쩔 수 없는 슬픔도 분홍으로 승화시킨 정신력 강한 외유내강형 표본이다. 한 시절 옆에서 지켜본 자의 평가다.

 

그럼, 핑크빛 삶이 녹아있는 시들을 살살 들춰보자.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시들을 나눠서 배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출판사들의 관행이라 생각하고, 접는다.

 

5부는 이렇다.

▲수줍은 사랑 ▲뜨거운 열정 ▲조용한 사색 ▲아쉬운 마음 ▲개미의 향수

 

개미의 향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깊거나 얇거나.

 

천성이 고운 시인의 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구성이다. ‘남자 테레사’로 불려도 무방한 삶의 궤적이라니.

 

일본 선승 바쇼의 하이쿠를 들먹이지 않아도 시는 짧아야 백미.

 

손남태의 몇몇 시는 여기에 닿아 있다. 구구절절하지 않겠다는 결기로도 읽힌다.

 

‘풋풋한 아침의 햇살도/장엄한 석양도/짙은 어둠과 뜨거운 한낮이 있어/그렇게 누릴 수 있는 것이니/(…)’(힘들여 걷다보면)

 

‘풀꽃이/예쁘다 말하지 마라/사랑스럽다 하지를 마라/내게/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그대의 눈동자/그대의 눈길/그곳에 머문/내 사랑.’(눈부처 全文) 등이 그렇다.

 

뼈를 조금만 더 깎는 아픔을 견딘다면 2023년 이후 좋은 시인 하나 건지겠다, 나태주 시인이 긴장하실까.

 

손 시인은 안성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농협경제연구소 미래전략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그대에게 무엇을 주고 싶다 ▲숨겨둔 그리움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등이 있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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