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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날아온 애틋한 시와 편지들

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대학자 아닌 ‘인간 정약용’ 조명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나눈 편지·글 소개
보물 ‘다산사경첩’ 등 30여 점 전시

 

‘머뭇거린들 무슨 소용이냐/ 끝내 없을 수 없는 이별인 것을/ 옷자락 뿌리치고 길을 떠나서/ 아득한 들을 넘고 물을 건넜네/ 표정이야 비록 씩씩한 체해도/ 속마음이 나라고 다를 수 있으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용이 쓴 시 ‘사평별’의 일부다. 그가 신유사옥(신유박해)으로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를 떠날 때 아내, 두 아들과 헤어지며 적은 시이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에서 지난 3일 개막해 9월 10까지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는 대학자 정약용이 아닌 한 여인의 남편, 두 아들의 아버지, 우애깊은 형제였던 정약용을 살핀다.

 

전시는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돼 1818년까지 유배를 떠났던 정약용이 부모, 형제, 자녀 등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글 등 30여 점을 소개한다. ▲유배길에 오르다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 ▲홍혜완의 남편 ▲아버지 정약용 ▲그리운 형제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유배길에 오르다’에서는 정약용이 강진으로 향하며 가족, 친지와 이별하는 순간의 심경을 읊은 시 ‘석우별’, ‘사평별’, ‘하담별’, ‘율정별’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는 유배지에서 정약용이 고향 마재(현 남양주시 조안면)를 그리워하며 쓴 시와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다.

 

12수의 시로 한강으로 흘려가는 고향집 앞 실개천 ‘소천’의 풍경을 묘사하기도 했고, ‘소계도’를 그려 벽에 걸어두고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또 보물로 지정된 ‘다산사경첩’도 전시됐다. 정약용이 강진 유배 당시 다산초당에 조영한 네 가지 경물에 대해 읊은 칠언 율시 ‘다산사경’ 등이 수록됐다. 정약용의 서풍을 확인할 수 있다.

 

‘홍혜완의 남편’에서는 유배지에 있는 자신을 대신해 집안을 건사해야 했던 부인 홍혜완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다.

 

1801년 유배지에 도착해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첫 편지에는, 사평에서 헤어질 때 안색이 좋지 못했던 홍혜완을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는 ‘너희 어머니의 안색을 보면 위험하니, 영양 있는 음식으로 보하고 약을 써서 다스리도록’하라고 당부한다.

 

1836년 회혼례를 3일 앞두고 정약용이 홍혜완에게 바치는 시도 감상할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정약용은 회혼례 당일 별세했다.

 

 

‘아버지 정약용’에서는 유배지에서 접한 막내아들 농아의 사망 소식에 비통해하며 쓴 편지, 두 아들 학연과 학유를 다독이고 훈육했던 편지, 딸의 결혼을 축하하며 보낸 시화 등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조명한다.

 

‘그리운 형제’에서는 정약용이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둘째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를 다룬다. 정약전은 역시 신유박해 때 흑산도로 유배됐다. 형제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수시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학문적 관심사를 공유했다.

 

정약전이 저술한 해양생물학서 ‘자산어보’와 정약용이 꿈속에서 정약전을 본 후 쓴 글 ‘구월 구일 꿈속에서 둘째 형님이 말씀하시길’을 볼 수 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그동안은 실학자 정약용의 학문적 업적을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만날 수 있다”면서 “긴 유배생활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정약용의 마음과 태도가 어디에서 왔는지 얻어갈 수 있는 전시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유관 기관 간 협력으로 강진군 다산박물관, 남양주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됐다. 이후 다산박물관에서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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