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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소년의 ‘비트’로 가득 찬 세상

연극 ‘온 더 비트’
소리로 세상을 보는 소년 ‘아드리앙’의 이야기
관객 호평 속 종연 4개월 만에 앵콜 공연
초연 함께한 윤나무·강기둥 출연
6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지난해 한국 초연된 연극 ‘온 더 비트’가 종연 단 4개월 만에 앵콜 공연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온 더 비트’는 프랑스 배우이자 연출가인 쎄드릭 샤퓌(Cédric Chapuis)가 직접 쓰고 연기한 1인극으로, 2003년 프랑스에서 초연됐다. 2016년 몰리에르 1인극상에 후보로 올랐으며, 2021년 오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최고의 1인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소년 ‘아드리앙’과 그의 전부인 드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순간이었어요.”

 

“엄마는 걱정하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내가 말을 많이 안 해서 걱정을 했고, 나한테 또래 친구가 별로 없어서 걱정을 했고, 선생님이 나를 걱정해서 걱정을 했어요. 근데요, 저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가요.”

 

작품은 엄마의 걱정거리인 아드리앙의 시선과 언어로 극을 끌어 간다.

 

걷기, 농구하기, 저녁만들기, 심지어 선생님한테 뺨을 맞는 순간까지, 세상 모든 것이 리듬과 박자로 표현되고, 소리로 덮인 아드리앙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점점 더 아드리앙은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드럼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엄마의 가방에서 돈을 훔쳐 동생에게 학교 숙제를 대신 시키고, 밴드를 모집해 집 안에서 연주를 하다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드럼을 위해서라면 아드리앙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에게 드럼은 세상이니까. 드럼을 만난 후 아드리앙은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순간이었어요.”

 

아드리앙의 말에 따르면 “악기가 없어도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는” 이 엄청난 악기인 드럼은 소리로 가득 찬 자신의 세상을 보여 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관객은 110분간 아드리앙이 들려 주는 그의 세상과 함께하며 소년의 순수함에 웃기도 하고, 드럼을 향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그가 처한 상황에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 텅빈 무대를 가득 채우는 1인극의 매력

 

처음 극장에 들어서면 텅빈 무대만이 존재한다. 이 무대를 채우는 것은 유일한 등장인물인 아드리앙과 드럼의 몫이다.

 

배우는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며 흡인력 있는 연기로 흐름이 끊기지 않게 극을 이어간다.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위해 1인 다역을 하며 우스꽝스럽게 망가지기도 하고, 주저 앉고, 방방 뛰고, 러닝 타임 내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명하는 모습과 어린아이 같은 말투는 영락없는 10대 소년이다.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데는 조명도 한 몫을 톡톡히한다. 객석까지 환히 비추는 조명은 배우와 관객이 정말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고, 드럼 연주 시에는 스포트라이트로 오롯이 드럼 소리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암전을 잘 사용한다. 관객 역시 배우가 들려주는 소리에 집중하며, 눈을 감고 소리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돌아온 앵콜 공연에서도 초연을 함께했던 윤나무와 강기둥이 아드리앙 역에 캐스팅 됐다. ‘온 더 비트’는 6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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