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임선일의 오지랖] 올뱅이든 다슬기든...

 

내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태백의 금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태백산맥의 작은 물줄기가 합류되면서 잔잔하게 흐르기 시작하는 충청도의 소도시이다. 남한강은 강원도의 높은 산지를 흐를때는 급류 형태로 흐르지만 충청북도 제천과 단양을 지나면서 물길의 흐름이 느려지고 경기도 여주를 지나 양평에 이르면 흐르지 않는 듯 크게 흐른다.

 

강원도의 남한강은 날카로우며 급하고 경기도의 남한강은 깊고 느리다. 반면에 충청도의 남한강은 적당한 깊이와 무시해도 될 만큼의 유속[流速]을 가진다. 그러다보니 지역 주민들은 물줄기의 낮은 곳에서 다슬기를 잡아 식탁에 올렸고 지금은 어엿한 향토음식이 되었다. 표준어는 다슬기라고 하지만 지역마다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고 부른다. 충청도 방언인 올갱이를 어릴 적 우리들은 ‘올뱅이’라고 불렀다.

 

올뱅이국은 된장을 풀고 얼갈이배추나 아욱을 넣은 후 몇 가지 양념을 첨가하여 끓여 먹는 게 일반적인 요리법이다. 올뱅이는 오장육부 중에서 특히 간에 좋다고 하여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많다. 이를 요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감을 해서 모래나 불순물을 제거한 후, 삶아서 하나하나 손으로 알맹이를 빼내야 한다. 소라나 고둥에 비해 크기가 작은 올뱅이는 속살을 빼내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단순반복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눈도 아프고 손끝도 아리다. 어린시절의 우리집도 어머니께서 바늘이나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일일이 올뱅이를 깠는데 먹어치우는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올뱅이국은 조리법이 간단하지만 채취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정성이 없이는 식탁에 올리기 힘든 음식중의 하나이다. 그렇기에 나의 올뱅이국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머님의 정성에 감사하게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지난주에 어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리바리 박스를 채워 주셨고 돌아와 풀어보니 꽁꽁 얼린 올뱅이가 플라스틱 통에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제법 큰 통이었다. 한 가득을 채우기 위해서 여러 번 강에 나가셨을 것이고, 조그만 올뱅이 알맹이를 까기 위해 눈이 침침해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오늘 아침, 얼갈이배추를 넣어 끓인 올뱅이국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고 울컥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늘 짐만 되는 아들이다. 그 크나큰 정성에 다슬기든 올뱅이든 그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싶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