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햄릿이 무대에 누워 나무 모형을 쌓아 올린다. 두 번째 햄릿이 타자기를 치며 집중한다. 세 번째 햄릿이 운동을 한다. 네 번째 햄릿이 흔들의자에 앉아 사색한다. 4명의 햄릿은 햄릿의 감정을 치열하게 전달하며 4배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네 햄릿이 관객에 말을 걸기 시작한다. 연극은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괴로워하던 햄릿에게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면서 시작된다. 우리에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유명한 고전 ‘햄릿’이 연극으로 찾아왔다.
‘플레이위드 햄릿’은 극단 플레이위드가 재현한 햄릿으로 2020년도 초연에 이어 두 번째다. 햄릿이 관객들과 한바탕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4명의 햄릿은 각각 상황별 햄릿을 연기하며 오필리어와 거트루드, 레어티즈 등 등장인물로 분한다.
전화는 바로 자신의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고 왕비마저 빼앗긴 햄릿의 아버지 선왕의 전화다. 아버지 유령은 햄릿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햄릿은 삼촌인 클로디어스를 죽여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한다.
극은 햄릿이 자신의 사랑 오필리어마저 거부하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친구들은 햄릿을 위로하지만 그마저도 삼촌 클로디어스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좌절한다.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며 고민 속에 홀로 고립돼 간다.
연극을 좋아하던 햄릿은 삼촌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방법과 동일하게 극을 만들어 왕과 왕비 앞에서 시연하기로 한다. 나무 아래서 잠을 자던 주인공의 귀에 독을 넣어 몸을 굳게 만들어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는 장면을 보여준다.
연극을 본 왕의 반응을 살펴 자백을 받아내려던 햄릿은 왕의 뻔뻔한 반응에 어머니를 추궁하게 되고, 마침 어머니의 방에서 이야기를 듣던 재상 폴로니어스를 총으로 쏴 죽인다. 오필리어의 아버지였던 폴로니어스가 죽자 오필리어는 자살을 하게 되며 그녀의 친 오빠 레어티즈가 결투를 신청한다.
햄릿이 자신을 점점 옥죄어 오자 클로디어스는 레어티즈마저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햄릿을 죽이려 한다. 레어티즈의 칼에 독을 묻혀 햄릿을 죽이려 하고 축배에 독을 탄다. 결투 중 칼이 바뀐 레어티즈마저 죽음을 맞이하고 축배를 대신 마신 어머니 거트루드도 결국 죽는다.
햄릿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애인과 그의 아버지, 동료를 모두 잃고 ‘청춘’을 잃게 됐다. 어머니의 죽음을 본 햄릿은 마침내 삼촌 클로디어스를 죽인다. 아버지의 복수에 성공했지만 삼촌을 죽여야만 했던 햄릿은 인간이 사는 것이 존엄한지 죽는 것이 존엄한지 고민한다.
햄릿은 복수에 성공했지만 청춘을 모두 잃어버린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덴마크의 왕 햄릿의 이야기인 인간 비극의 근원을 보여주며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가 된다.
4명의 햄릿은 관객에게 말을 걸며 고민하고 절규한다. 욕하고 노래하며 햄릿이 처해있는 답답한 상황을 관객에 전달한다. 그들의 폭발적인 연기는 햄릿의 다층적인 심리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햄릿의 고민이 관객에게 전달될 때 우리는 그의 삼촌을 죽여야만 하는 운명에 비극을 느낀다. 그의 심정이 전염되고 관객들은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극에 감정을 대입하게 된다. 인간 존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
햄릿에 박동욱, 이상홍, 이섬, 김영욱, 임승범, 서성영, 은해성, 신윤재가 출연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며 인간 본연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햄릿은 플레이위드의 배가 되는 연극으로 7월 9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