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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울린 맘카페 사기]上.상품권 미끼로 수백억 투자…“제대로 처벌 받아야 다른 피해 막아”

인터넷 카페로 유입, 연예인·정치인 친분 과시하며 믿음 쌓아
건설·미술품 사업 등 운영자 B씨 사업도 전부 거짓
피해자들 “피해 금액 받는 것만큼 제대로 된 법적 처벌 필요”

 

“지금에야 눈에 보이지만 그땐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인천 남동구에 사는 A씨는 2018년 아기 매트를 사기 위해 맘카페에 가입했다.

 

한동안 접속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들어간 날 상품권을 사면 회원 등급별로 추가 지급한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후기가 계속 올라오자 호기심이 생겼다. 50만 원어치를 구매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수익이 잘 들어왔다. 맘카페 운영자 B씨는 SNS에 연예인, 지역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했다. 이게 자신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신뢰를 줬다.


그러다 2021년 10월 평소보다 3~4배 높은 할인율로 상품권을 판매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A씨는 남편이 휴직하면서 수입이 줄었기에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출받은 돈 2500만 원을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남편이 휴직한 탓에 대출 한도가 적었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인천 서구에 사는 C씨의 피해 금액은 1억 4000만 원이다. C씨 역시 육아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곳을 찾다가 이 카페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 구매한 상품권을 몇 차례 받자 믿음이 쌓였다. 구매 금액도 점점 커졌다.

 

더 높은 할인율로 상품권을 사려면 카페 회원 등급이 높아야 했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후기를 남기고 댓글을 썼다.

 

보험 만기 환금액 등을 모아서 ‘호환’을 하기도 했다. 은행에 저축하는 것보다 수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호환은 일종의 재투자다. 상품권을 구매하면 보통 3개월 후 받는데, 받지 않고 이 돈으로 또 다시 상품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파트의 중도금을 낼 때를 맞춰 돈을 뺄 계획이었다.

 

B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이른바 풀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C씨는 사기 피해금에 높아진 대출금리, 반대로 떨어진 집값에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갑자기 지급이 끊겼음에도 피해 회원들은 운영자 B씨를 믿었다.

 

이전에도 지급 날짜가 일주일 정도 늦거나 빠를 때가 종종 있었다. 또 B씨는 건설업, 재개발 분양 사업, 미술품 사업 등을 한다고 했다. 

 

회원들이 믿도록 사람을 불러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간 회원들은 돈 나올 구멍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다른 회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사업 내용을 설명한 관계자도 B씨가 고용한 일종의 연기자들이었다.

 

B씨는 ‘돈을 받아야 할 곳이 있다’, ‘운영하는 사업체를 매각해서 주겠다’는 등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뤘다. 

 

기다리다 지친 회원 30여 명은 올해 2월 단체 고소를 했다. 개인 고소한 피해 회원들도 50여 명에 달하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을 받는 것만큼 중요한 건 B씨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D씨는 “돈을 못 받은 1년간은 조마조마했다. 이제 현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기사에 달리는 비난 댓글을 보면 속상하고, 여태 속아서 기다렸다는 게 창피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으면 또 다시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다”며 “제대로 처벌을 받아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샛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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