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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가평군 ‘선생님 마을’의 비밀

 

가평군에는 ‘선생님 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마을이 있다. 가평읍 하색1리가 그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배출한 교사는 총 10분이다. 가평군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주민등록통계(2002년 12월 31일 기준)에 이 마을의 가구 수가 93가구임을 감안하면 대략 열 집 당 한 명꼴로 교사를 배출한 격이다. 놀라운 것은 이 10명 중 8명이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여기에 옛날 마을 서당에서 훈장을 하신 분도 두 분이 계셨고, 가평문화원장 두 분(2대, 10대 현임)도 이 마을 출신이니 하색1리는 선생님을 배출하는 뭔가 특별한 학재(學才)의 기운을 만들어 낸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무슨 특별한 비방(祕方)이라도 있었던 걸까?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마을 이야기를 채록하며 나름대로 세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먼저 ‘풍수기원설’. 이 마을에는 명당으로 유명한 어우당 유몽인 묘가 있고, 관련한 용묘(龍墓)의 전설이 있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된 유몽인은 이곳에 자신을 묻되 자손들은 결코 한꺼번에 응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언을 잊고 같은 해 과거에 응시한 세 손자는 장원으로 급제했고, 이를 신기하게 여긴 왕실에서 이들의 조상 묘를 조사케 했는데 그 묘가 바로 유몽인의 묘임을 알고 묘를 파헤쳤다고 한다. 이때 관에서 용이 나와 관원들이 그 용을 죽였으니 그 자리가 현재의 능골이고, 용이 죽은 곳에 쇳물을 들이부어 확실히 죽이니 지금의 쇠매기골이라는 전설이다.

 

백대천손 삼대정승(百代千孫 三代政丞)의 천하 명당이 유몽인의 묘라고 하니 그 기운을 마을 주민들이 받은걸까? 여하튼 일제는 인재가 나오는 것을 막고자 마을산에 쇠말뚝을 꽂았고 해방 후 주민들은 그 말뚝을 뽑았다고 한다. 두 번째 가설은 ‘공부가 유일한 밑천설’이라 이름 붙여봤다. “뭐 먹고 살만한 게 없으니까 성공하려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지” 선생님을 길러낸 노모의 말에서 착안한 가설이다.

 

하색1리는 산과 산 사이에 길게 뻗은 마을로 넉넉한 논과 밭이 없었다. 가난한 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가진 가장 큰 밑천이 공부하는 머리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을 어른이, 동네 형, 누나, 언니, 오빠가 열심히 공부하니 그것이 본이 돼 따라서 공부했던 것이 ‘선생님 마을’을 만들었다는 설이다. 셋째 가설은 ‘구황음식 보양설’이다. 흥미롭게도 이 마을 주민들은 특별한 구황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곤 했다고 한다. 이 구황음식의 재료인 풀(풀이름은 마을 사업의 아이템이라 비밀로 하겠다)은 심장과 뇌를 건강하게 하고, 정기를 강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체력을 강하게 하는 강장제 성분이 있다고 하니 이 풀을 자주 먹은 학생들은 공부할 때도, 교사 시험을 볼 때도 도움이 됐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의 구황음식이 교사 시험 합격의 보양식이었다는 설이다.

 

이 마을은 바로 옆 하색2리, 상색리와 함께 올해 경기도 ‘지붕 없는 박물관(경기에코뮤지엄)사업’ 선정 마을이다. 이 사업을 통해 이 음식을 복원할 계획이다. 이 음식을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전국의 학교 선생님들께 한 그릇 정성껏 드리고 싶다.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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