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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아이들 급식 책임지던 '의왕 친환경 우렁쌀' 곧 사라진다

 

“지금 우렁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크게 줄었습니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한때 의왕시를 대표하던 친환경 농산물 '의왕 우렁쌀'. 그러나 농지 감소와 도시 개발, 농업 환경 변화 속에서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화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지역 농업의 현주소였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의왕시 초평동 아랫새우대 마을 일대의 논은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걱정이네요. 마지막 우렁쌀 논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1999년부터 친환경 우렁쌀 농사를 지어온 초평쌀연구회장이자 무농약 우렁쌀 작목반 회장 정영현(74) 씨의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과거 우렁쌀을 많이 생산하던 이 마을의 논은 확연히 줄어 들어 있었다. 우렁이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던 이 마을에서 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렁쌀 농사는 대부분 중단됐고, 비교적 농작물 재배가 용이한 밭으로 바뀌어 다른 작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의왕의 대표적인 농가 마을이었던 이곳도 몇년 뒤엔 '신도시 아파트촌'으로의 변화가 예고돼 있다.

 

현재 우렁쌀이 생산되고 있는 초평동 농지는 의왕·군포·안산을 잇는 4.1만 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대상지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21년 8월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갑작스레 발표되면서 우렁쌀 농사를 주로 짓던 아랫새우대 마을도 들썩였다. 기대감에 부동산중개업소만 인근에 늘어났다.

 

지난해 말 지구계획 승인 고시가 났고 현재 보상계획을 위한 지장물 조사 중이다. 따라서 향후 1~2년 내 토지 수용이 진행될 경우 사실상 우렁쌀 농사는 지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렁쌀은 전량 수매돼 안양·군포·의왕 공동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학교 급식에 전량 공급돼왔다. 토질도 좋아 맛도 있고 친환경이라 깨끗해서 자라나는 아이들 급식용으로 딱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을 둘러보니 개발을 앞둔 일부 농지는 잡풀이 무성한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 

 

의왕시가 27년 전 우렁이 농법을 도입한 때엔 꽤 신식농법이었다. 논에 모를 심은 다음 우렁이 종패를 투입해 우렁이의 습성을 이용해 제초효과를 얻는 친환경 농법이었고 대를 이어 논농사를 하던 초평동에서 먼저 시작했다.

 

당시 시는 지역 특화 품목 육성과 도시 근교 고부가가치 농업을 목표로 사업비를 투입해 이같은 우렁이 친환경 농법을 농민들에게 권했다.

 

초기에는 3농가가 0.4헥타르 규모로 시범 재배를 시작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와 비용 절감 장점이 알려지면서 13농가, 10헥타르(약 3만 평) 규모까지 확대되며 지역 대표 친환경 농산물로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오리농법과 우렁이 농법을 함께 사용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하면서 참여 농가가 빠르게 늘었다”며 “당시에는 의왕 친환경 농업의 대표 모델로 평가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들 급식용으로 제공됐을 뿐 아니라 의왕시 각 학교에서 농촌일손돕기 체험을 하러 오는 등 도시 속 농촌으로 제 역할을 하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초평동 일대 4농가로 면적은 1.9헥타르(약 5700평)로 줄었다. 축구장 2개 정도에 불과하다.

 

개발로 인한 농지 감소를 두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 왔다는 정 회장은 “개발이 진행되면 농사를 계속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랜 기간 의왕을 대표해 온 우렁쌀이 이렇게 사라질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렁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의왕 친환경 농업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며 “농민들에게는 자부심이었던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명맥이라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의왕 관내에 대체 경작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농업인 고령화 역시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재배 농가 대부분이 70~80대 고령 농업인이다. 젊은 세대의 영농 승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농자재 가격 증가 등 영농 여건 악화도 문제다.

 

의왕시 농업담당 관계자는 “의왕을 대표하는 친환경 농산물인 우렁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 농지 확보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 개발사업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배 농업인들의 고령화와 농자재 값 상승 등으로 앞으로 의왕 우렁쌀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경기신문 = 이상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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