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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영화와 예술과 범죄가 갖는 공통점. 그래도 해피 엔딩

130. 킴스 비디오- 데이빗 레드먼, 애슐리 사빈

 

다큐멘터리는 역설적으로 脫다큐적일 때, 다큐처럼 보이지 않을 때 생명의 리듬을 얻는다. 재미와 흥미가 배가된다. 물론 잘 만들었을 때에 한한다. 구성이 돋보이고 주제의식의 심층에 보편타당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무엇을 매달아 놓을 때이다.

 

요즘의 다큐는 드라마 타이즈 형식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역사적 팩트에 대한 해석에 있어 주관적 시선을 강하게 개입시킴으로써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극영화에 가까운 작품일수록 청년 세대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비정통 다큐멘터리의 정통화인데 최근 개봉된 ‘킴스 비디오’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폭발적 재미를 준다. 동시에 세대 간 단절의 시대에 다리를 놓는다.

 

밀레니엄 이전과 이후를 이어 간다. 현재의 대중 상업영화가 1970~1990년대의 하위문화, 전위적인 것들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킴스 비디오’는 보기 드문 다큐이다.

 

 

‘킴스 비디오’는 우리 말로 하면 김씨네 비디오 가게이다. 미국 뉴욕 맨하탄 이스트 빌리지에 있던 비디오 점이다. 세인트 막스 플레이스(Saint Mark’s Place)에 있었으며 지번으로는 8번가로 세컨드 애버뉴(2nd avenue)와 서드 애버뉴(3rd avenue) 사이이다.

 

온갖 해적판이 난무하고 칸과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작품들을 다 모은….이 아니고 그런 작품은 오히려 구석으로 밀려난, 그보다는 듣도 보도 못한 세상 구석의 영화제 작품들, 이른바 B 무비로 불리는 모든 비주류 영화들, 아방가르드 작품들, 대학생 영화들로 가득 찼던 가게이다.

 

새로운 재미와 (세상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영화들에 목말라하는 영화광들이 열광하는 비디오 가게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비디오 대여점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코언 형제 감독이 단골이었던 곳이다.

 

코언 형제는 대여 연체료가 600달러나 쌓여 있다고 할 정도였다. 마틴 스콜 세이지, 로버트 드 니로도 자주 드나들었다. 킴스 비디오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대표했으며 날개 돋친 듯 퍼져 나간 인기로 뉴욕 내에 체인 망 지점을 모두 11개나 열었던 적도 있을 정도다.

 

이중 몬도 킴스(Mondo Kim’s)가 가장 유명했으며 이 영화가 배경이 된 공간이다.

 

 

파트너 관계인 데이비드 레드먼과 애슐리 사번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다큐 ‘킴스 비디오’는 지금은 사라진 킴스 비디오와 이 가게를 만든 용만 킴(김용만)의 현재를 추적한다.

 

킴스 비디오는 어디로 갔는가. 그 많던 VHS와 DVD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엔가 소장돼 있는가. 아니면 다 소각되고 폐기됐는가. 양으로만 십 수만 장에 이른다. 그 많은 김씨네 비디오는 어디로 갔는가.

 

‘킴스 비디오’는 그 추적의 과정에 있어 모든 극영화의 장르적 기법을 동원하고 차용하고 훔쳐낸다. 이 다큐는 그래서 일종의 추적 스릴러이다. 중간중간 갱스터 무비의 분위기를 내기까지 한다. 서스펜스도 있다. 공포영화 같기도 하다.

 

레드먼&사빈 감독이 얼마나 영화광인지, 그들의 다큐가 얼마나 극영화의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둘은 자신의 다큐에 지금껏 나왔던 온갖 걸작급 명화(名畵)의 장면들을 영화 곳곳에 박아 놓는다.

 

 

그 레퍼런스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예컨대 영화의 시작은 빔 벤더스의 1984년작 ‘파리, 텍사스’이다. 데이비드 레드 먼이 어린 시절을 보여줌으로써 자신 스스로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토브 후퍼의 1982년작 ‘폴터 가이스터’ 장면을 쓴다.

 

1977년에 나온 샘 워너메이커 감독의 ‘신밧드와 마법의 눈’같은 영화는 우리에게는 아니지만 미국의 영화광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고전이었을 것이다. 두 명의 감독은 이런 영화들을 즐비하게 언급해 가며 이 다큐가 자신들과 같은 영화광들에게 경배를 바치는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도 이런 다큐의 경우는 원고와 텍스트를 미리 쓰거나 준비하고 뒤에 영상을 갖다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됐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는 의외로 종종 꽤나 문어적(文語的)이며 고답적인데 역설적인 것은 사실 그런 방식이야말로 굉장히 재미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요즘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십수 만장 적어도 그 일부인 5~6만 장의 비디오와 디비디의 행방을 이 다큐는 결국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소장품들 거의 전부가 엉뚱하고 기발하게도 이탈리아 시칠리 섬에 있는 살레미라는 지방 소도시의 성으로 옮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그 추적과 추리의 얘기가 펼쳐진다. 현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우리의 문화재청장) 비토리오 스가르비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레드먼의 카메라는 이 부분에서 저널리스트의 끈질긴 투혼으로 전환된다.

 

스가르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희대의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적 계보와 관련이 있는 인물로 보이는 바, 베를루스코니가 집권과 실각을 오갈 때 잠시 살레미라는 지방 도시의 시장으로 재직했는데 끊임없이 중앙정치권으로 돌아가려는 욕망이 엉뚱하게도 킴스 비디오가 갖고 있던 장서급 분량의 비디오&디비디를 유치하게끔 하는 결과로 연결된 셈이다.

 

스가르비 차관 역시 베를루스코니나 다른 이탈리아 정치가 마냥 마피아와의 연결선도 있는 데다 장소가 시칠리였던 만큼 킴스 비디오를 ‘여기로 가져온 것’에는 어떤 흑막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비드와 애슐리의 카메라는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않거나, 아니면 그 얘기는 이번 다큐 이후의 다른 얘기로 남긴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그 모호함마저 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킴스 비디오의 김용만 사장도 흥미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1979년 23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청과일 가게에서 일을 하며 뉴욕의 한 필름스쿨을 다니기도 했으며(그는 꽤나 수위가 높은 단편 ‘1/3’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세탁소를 사서 운영하다 가게 한 벽에 해적판 비디오를 팔기 시작한 것이 킴스 비디오의 시작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먼 감독은 김용만 사장을 오손 웰즈의 걸작 ‘시민 케인’의 케인으로 비유한다.

 

김용만 사장은 2008년 모든 점포를 정리하고 사라졌으며 현재는 뉴저지에서 다른 사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가 그로 하여금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 김용만 사장은 왜 자신이 5만 장이 넘는 작품들을 살레미로 넘겼는지 그 이유와 소회를 밝힌다.

 

 

이 다큐 ‘킴스 비디오’는 매우 충격적인 결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이 다큐가 주는 진정한 재미이자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킴스 비디오의 소장품 상당수는 뉴욕의 알라모 극장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을 보면서 다큐와 다큐를 만드는 영화감독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 혹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큐의 고전적 정신, 곧 ‘거리 두기’를 의도적으로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영화와 범죄에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엔 범죄가 가미된다. 짐 자무쉬는 말했다. “영감을 주는 모든 곳에서 도둑질을 하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고 또 무슨 의미일까. 반드시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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