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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사의 ‘공감숲’] 가을 축제, 부국의 모멘텀 돼야

  • 신훈
  • 등록 2023.10.26 06:00:00
  • 13면

 

지역마다 가을 행사 한마당이다. 경기도에서도 수원, 포천, 연천, 파주, 남양주, 용인, 안산 가릴 것 없이 문화축제가 소복하게 열렸다. 해 저문 때, 레이저 불빛과 불꽃놀이를 보다보면 가을 밤하늘은 멋스럽다. 여름 내내 지쳐있던 감성이 살포시 살아난다. 음악, 미술, 공연, 특산물 축제는 이념 논쟁으로 불편했던 심기에 활력제로 작용했다. 불경기라고 난리지만, 문화축제기간 만큼은 행복하다. 시민들에겐 무형의 보물과 같은 존재다.

 

더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빛나는 수원의 ‘2023 힐링폴링 수원화성’ ‘수원화성미디어아트’ ‘수원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4개 행사는 경기도민의 힐링에 압권이다. 우리 조상의 지적(知的) 활동에 따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성문과 성곽의 조형물에 레이저로 구현하는 미디어 쇼는 시민에게 파토스를 제공했다. 아쉬운 건, 청각적 연출이다. 귀로 듣는 울림은 그다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옥에 티다. 흥으로 치면 한국인의 신바람은 세계 제일이 아니던가.

 

케이팝 위상에 비해 지역축제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변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11월 중에 개최되는 화성시의 ‘생생우리음악축제’는 그나마 음악을 좋아하고 청각적 언어가 발달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이다. 문화는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이 조화돼야 한다. 굳이 따지면 귀에 자극하는 게 많아야 한다. 눈은 이성을, 귀는 감성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해외를 방문했을 때다. 맛 집을 투어하면서 느꼈던 것. 3000원짜리 음식이든, 혹은 몇 만 원짜리 요리를 파는 음식점 가릴 것 없이 실내에선 재즈음악이 흘러 나왔다. 객장의 격을 높였다. 손님은 음식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멋을 느꼈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축제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음식문화 축제는 도떼기시장 그대로다. 감성이 없는 음식은 문화라고하기에 낯부끄럽다. 감성을 투영했을 때, 음식의 가치가 상승한다. 인간 내면의 즐거움, 미학을 음식과 버무릴 때 문화의 격이 올라갈 것이다.

 

문화는 가치중립적이다. 심리적 균형이 깨져 있다가도 문화가 개입되면 자존감이 회복된다. 불안했다가도 편안해진다. 기독교세계의 권위에 굴복하던 중세 서유럽시대… 르네상스는 학문과 예술의 부활로 억지의 시대와 야만의 시대를 극복했다. 이 가을, 대한민국 각 지역의 축제는 그래서 값지다. 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침체로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혹자는 문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요량을 부린다. 하지만, 재정 위기로 문화예술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생각과 현실은 딴판이다.

 

진정, 문화예술로 수익 창출을 원한다면, 단순 이벤트 범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정기간 행사만으론 타 지역과 타국의 관광객을 소구할 수 없다. 상시행사가 돼야 한다. 나아가 문화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문화를 통해 희망과 소통을 나누려는 사명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머리보다 가슴을 자극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행복의 광장에서 하나 되는 콘텐츠가 보완돼야겠다. 그래야, 기간산업을 통한 경제발전시대에 이어 문화산업을 통한 부민강국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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