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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③ 답사일지(7월 5일)

  • 등록 2023.11.05 19:22:41
  • 14면

간소한 뷔페식 호텔 조식이 괜찮다. 계란과 치즈, 토마토와 야채, 바나나 1개와 커피 한잔을 먹을 수 있으니 충분하다.

 

10시에 “hop on hop off”가 예약이 되어 있어 버스의 출발지를 reception desk에 묻고 시내지도 한 장을 얻어서 호텔을 나선다. 그러나 초행길은 언제나 함정을 만든다. 데스크에서 가르쳐 준대로 갔다 싶었는데 지도를 오독한 탓으로 엉뚱한 곳으로 나섰다.

 

동서남북의 방향 착오다. Barcelona Catedral 광장이다. Barcelona 대성당. guide book에 따르면 Barcelona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데 이제 Sagrada Familia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유럽 각지의 성당(교회)들은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로코코 등의 형식을 따르더라도 지역과 건축시대, 건축주체에 따라 그 특징을 조금씩 달리한다.

 

이 성당 역시 첨탑이나 그를 장식하는 크로켓 등에서 전형적인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사암건축이지만 현관 첨두아치 아래에 장미창이 없고 다른 모습으로 대체되었다든지 창문틀의 궁륭 형태 등에서 이 건물이 르네상스 건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건축(13c에 건축을 시작해서 19C에 이르러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고딕 건축임에도 대체로 위압적이지 않고 담백하다는 느낌을 준다.

 

 

조금 헤맨 끝에 Plaça Catalunya(카탈루냐 광장)로 나선다. Barcelona 구시가의 중심. 지하철과 버스 거의 모든 교통수단이 이곳을 관통한다.

 

 

 

 

물론 “hop on hop off”도 여기가 출발점이다. 아마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도시 관광버스 시스템은 생소한 도시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자들에게 대단히 유용하다. ticket이 허용하는 시간 내에서 아무 곳에서나 내리고 타기를 무한 반복할 수 있어 생면부지의 땅에 적응하는 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이 된다. 경비 절감과 안전, 요약된 정보의 습득에도 대단히 편리한 수단이다.

 

버스를 타고 한 바퀴쯤 돌아보고 나서 이 도시가 항구 도시라는 데에서 공연한 친밀감이 생긴다. 도시 중심에서 잠깐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에 지중해 바닷가의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도 흥미를 끈다.

 

 

 

 

 

Catalunya 광장에서 콜럼버스 동상까지 가는 사이에 Las Ramblas라는 번화한 상점거리가 있다. 이 거리의 느낌은 휴대폰 카메라 사진보다는 현지의 안내 책자에 실린 illustration이 훨씬 더 정답다.

 

 

 

많이 걸었다. 발바닥에 벌써 물집이 잡히려나보다. 미리 깔창까지 두 겹을 깔았는데….

 

귀가 하는 길에 Catalunya 광장에서 호텔 쪽으로 오는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그 일대를 두 바퀴를 헛돌았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서 눈여겨 보아둔 장소를 착각하여서다. 시티투어가 레드, 블루, 옐로우 등이 모두 이 광장에서 정차하는데 그 장소가 제마다 달랐던 걸 미처 구분해두지 않은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걷기가 벌써부터 괴로워지기 시작하는 발을 끌고 가까스로 호텔에 돌아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마트 폰의 기록을 보니 3만2천보를 넘게 걸었다. 오른발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려고 하는 신호가 온다. 새 신발을 신고 먼 여행을 나선 미련함이라니….

 

하루를 돌아보고 나서 아직 평을 하기는 이르지만 구 시가지와 해변까지를 중심으로 둘러본 Barcelona는 대체로 평온하고 활기차다. 자체 인구 160만 정도의 도시라고하기에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관광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통계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많은 busker들도 만나고 수상한 sex shop들도 발견하지만 그럼에도 도시가 혼잡하다거나 위험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난잡하지 않다. 유럽의 다른 유서 깊고 부유한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무게감이 있다.

 

많은 중세풍(medieval)의 건물들 때문일까? Gaudi를 비롯한 이 도시 출신의 천재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적 수준이 이 도시에 암암리에 무엇인가 무게를 주고 있는 것일까?

 

걱정했던 더위는 북위 40도를 넘는 위도 덕분인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까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무척 편하기도 하고 시간을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American sandwich 조각이나 Baguette sandwich 한 덩어리면 점심 한 끼로 충분하고 가져온 선식으로는 저녁을 때우기에 족하다. 혼자서 하는 여행의 또 하나 장점이다.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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