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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얼마 전 우리재단의 장학사업팀 직원이 장학금 기부에 대한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 화성시 향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기부금 전달을 문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재단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기부금 접수를 할 수는 있지만 장학금이나 기부금 모금을 위한 홍보를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학금을 기부 받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별 생각 없이 결재를 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사정은 이랬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2학년 학생들 모두가 ‘우리가 마을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주로 학교 주변의 마을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2학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일이 나눔장터를 여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사고 팔아 모은 돈이 30만원이었다.

 

선생님들은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 끝에 우리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시인재육성재단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운동, 예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한 후 아름다운 돈 30만 원이 그렇게 우리재단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을 가볍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 고사리 손으로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모금을 한 일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피드백을 해 주고 싶었다. 본부장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파악한 후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12월에 발행되는 재단의 소식지에도 아이들과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을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어주기로 했다. 행정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미 지역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선생님을 통해 알고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나는 비록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들이 한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재단의 소식지가 학교로 전달되었을 때 학생들의 표정이, 마음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나눔에 대한 생각은 이랬다.

 

“우리가 준 돈으로 먹을 것을 사 먹고, 옷도 사서 행복하게 사세요”.

“무엇을 나누어 주는 게 기부예요”.

“우체국에 우편물로 물건을 보내어 힘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어려운 친구에게 장학금을 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물건을 나누는 게 기뻐요. 기부도 하니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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