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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으면, 문제를 하나 더 틀린다

 

학기 중의 일이다. 1학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소원을 작성해서 카드로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다른 아이들은 소원으로 무난한 내용을 적었는데, 몇몇 아이가 아이폰이 생기는 게 인생의 소원이라고 말해서 선생님이 놀라셨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인생을 8년도 살지 않은 아이가 너무너무 가지고 싶은 게 아이폰이라니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몇몇 특별한 아이의 상황인 줄 알았다.

 

몇 달 후 맡고 있는 2학년 아이들 보호자님과 상담을 진행하며 들은 이야기는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문화를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 반 A가 자꾸 휴대폰을 집에 두고 등교했다. 어머님은 아이가 실수로 두고 간 줄 알고 잘 챙기라고 말했다. A가 대꾸하길 자신의 휴대폰은 좋지 않으니 이것은 학교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A의 스마트폰은 LG에서 나온 기종이었는데 이것으로는 아이들과 에어드랍도 못하고, 메시지도 다르기에 쓸모없다고 말했다. 결정타로 담임 선생님도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저학년 아이와 하교 후 연락이 안 되면 답답한 건 부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애플에서 나온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골라 사줬다고 했다. 이후로는 A가 신나서 핸드폰을 들고 학교에 가며 일단락됐다. 어머님 말을 들어보니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최신형 아이폰을 사면서 기존에 스마트폰에 크게 관심 없던 반 분위기가 반전된 것 같았다.

 

6년 전에 2학년 담임을 했을 때는 아이폰은커녕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반에 한 두명 있을까 말까 했다. 키즈폰처럼 목에 걸고 다니면서 통화만 되는 기종이나, 화면은 있지만 역시 통화, 문자만 되는 폴더폰 같은 것들이 대다수였다. 요즘은 반에 절반 정도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는 느낌이다. 뇌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 도파민 덩어리인 스마트폰을 소원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마트폰이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문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다. 스마트폰이 가까이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 유효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500명의 대학생을 A 집단과 B 집단으로 나눴다. A 집단은 휴대폰을 실험실 바깥에 뒀고, B 집단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자기 주머니에 넣어뒀다. 이 상태로 기억력과 집중력 실험을 했을 때, 휴대폰과 멀리 떨어진 A 집단이 B 집단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중력,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 손 닿으면 꺼낼 수 있는 거리에 도파민 덩어리가 있다는 건 여전히 도파민을 멀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최대한 멀리 둬야 정상적인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하나 더 틀릴 수 있다.

 

이 사실을 안 다음부터 아이들이 등교하면 핸드폰을 교실 바깥의 신발 주머니나 사물함에 넣어두게끔 지도했다. 아주 가끔 수업시간에도 몰래 휴대폰을 쓰는 아이들이 있었고, 수업시간에 종종 벨소리가 울리는 걸 막기 위함이기도 하며,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을 최대한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핸드폰은 최대한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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