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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조대왕 ‘여민동락’을 실천하는 수원시민들

정성 가득한 반찬나눔은 소외계층 삶의 의지 불러일으켜

  • 등록 2024.01.22 06:00:00
  • 13면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까지 겹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도 이웃을 위한 기부와 봉사의 손길은 끊이지 않는다. 사랑의 온도탑도 일찌감치 목표액을 초과달성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5일 0시까지 전국에서 모인 기부금 총액이 4440억 원(올해 목표액 434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마감일보다 2주 앞서 사랑의 온도 100도를 넘긴 것이다.

 

이곳에 집계된 성금 외에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추운겨울 추위를 녹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봉사단체와 교회, 사업체들은 홀로 사는 노인이나 저소득 가정의 겨울 반찬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훑어보아도 많은 봉사자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곳곳에서 반찬 등 먹을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 언론들은 지역 봉사단체들의 훈훈한 미담을 소개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매교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 9일 관내 소재 음식점 담평추어탕, 대박집, 본죽 수원교동점, 진성식당, 토성한식 등 5개소와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랑나눔반찬’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날 지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관 하에 수원제일교회에서 만든 반찬으로 지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랑의 반찬나눔 사업을 진행했고, 행궁동 연무정급식소에서 저소득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구 등 취약계층 26가구에 반찬을 전달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밖에도 선행이 일상이 된 시민과 단체들이 많다. 4일 정자1동 흥부네 정육식당은 새해에도 홀몸노인을 위한 사랑의 반찬을, 16일엔 평동새마을부녀회가 취약계층에 반찬을 만들어 전달했다. 이들의 선행은 단발성이 아니다. 20년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는 단체나 식당들도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행궁동이다. 2004년 당시 신안동(현 행궁동)에 근무했었던 한 공직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관내의 소외된 빈곤층이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최소한 반찬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하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됐는데 뜻밖으로 호응이 커 시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반찬나누기운동은 그해 ‘수원시정 베스트 7’에도 선정됐으며 반찬나눔 사업은 시내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주지하다시피 행궁동은 정조대왕이 능행차 때 머물렀던 화성행궁이 있는 지역이다. 능 행차 때 노인들을 위한 양로연이 열렸으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누어주고 죽을 끓여 먹였던 나눔의 마을이다. 정조대왕의 통치철학은 ‘인인화락 호호부실’이다. 백성 모두가 화목하여 즐겁고 집집마다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자세로 나라를 운영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전통이 행궁동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삶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사치일 수밖에 없다. 가진 것 없고 돌봐 주는 이 없이 소외된 이들에게 식사는 즐거움이 아니라 살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전해지는 정성과 영양이 가득 들어있는 반찬은 삶의 의지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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