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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SNS시대, 여론조사 공표금지는 시대착오적

 

오늘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따라서 모든 선거여론조사의 게시, 배포 및 논평이 금지된다. 깜깜이 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처럼 공표를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자유로운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해석을 하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거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가 투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떠할까? 지난 2012년 홍콩대학교의 로버트 정(Robert Chung) 교수는 80여 개국을 상대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여부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8개국이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와 포르투갈은 하루, 세르비아와 브라질은 이틀, 러시아와 스페인은 5일, 대만은 10일, 아르헨티나, 그리스, 이탈리아, 우크라이나는 15일 이었다. 반면에 앵글로색슨 국가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여론조사가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 간주된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금지할 수 없으며, 투표 당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한편, 프랑스는 1977년부터 선거직전 일주일 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법 개정을 통해 이틀로 단축했다. 그 이유는 선거여론조사 공표금지 조항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프랑스 학계와 언론사, 여론조사업계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법이 정보의 전달과 수신의 자유에 제약을 주며, 1995년 제정된 유럽협정 제10조의 ‘표현의 자유 보호’에 위배된다고 보고 저항해 왔다. 게다가 1995년 프랑스 대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스위스 일간지 ‘라 트리뷘 드 주네브’가 여론조사 결과를 버젓이 공표했다. 미국의 CNN 방송도 프랑스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프랑스 주요 언론의 해외 웹사이트 주소를 공개했다. 사태가 이러하자 프랑스 최고행정재판소는 2001년 9월 4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금지에 대한 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4월 급기야 일주일을 이틀로 단축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프랑스 정부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환경이 180도 바뀌고, 일부 지역에서 정보소통을 차단한다 한들 다른 지역을 통해 공개되는 정보를 막을 길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다 한들 일본, 호주, 미국 등 해외 언론을 통해 흘러나가는 정보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인터넷 시대, SNS를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때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실익은 없고 정보접근자와 비접근자 간의 불평등만을 야기할 뿐이다. 시대는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이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법이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장롱 속에 들어가는 게 온당하다. 4.10 총선 이후 개원할 새국회는 이 점을 고려해 여론조사 공표금지법을 적절히 손질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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