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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가려지고 잊혀진 존재들을 위하여…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살인 사건 모티브로 소설 쓰는 수현과 피해자 가족 인호의 이야기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 결말 이끄는 서스펜스 스릴러
정찬수 연출 “범죄로 인해 잊혀지고 사라진 피해자들에게 눈길 닿길 바라”
6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3관

 

범죄의 충격으로 사라지고 잊혀진 존재들을 드러내고 직시하는 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범죄자에게 집중되는 반면 그 이면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피해자와 가족들이 있다.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피해자들을 조명하며 ‘정의란 무엇이며 죄의 무게는 누가 정하는가’를 묻는다.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제4회 KT&G 상상마당 공간지원사업 ‘퍼포먼스 챌린지’ 선정작으로 창작 초연이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과 ‘머더러’를 함께 제작한 정찬수 작가 겸 연출, 한혜신 작곡가가 다시 한 번 만났다.

 

극은 1945년 10월 경성을 배경으로 소설가 수현과 문하생 인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현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11권의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인호는 기자 출신 작가 지망생으로 수현과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며 수현을 찾는다.

 

 

사실 수현이 쓴 소설 속 주인공의 형이었던 인호는 동생의 죽음이 수현의 짓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자백을 받아내려 수현을 속인다. 인호의 의도를 간파한 수현은 12번 째 소설의 주인공을 인호로 삼고 그를 위협한다. 수현이 생각한 열 두 번째 소설은 ‘자신의 동생을 죽인 형’의 이야기다.

 

제목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처럼 ‘만약 내가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가 극의 핵심이다. 자백을 받으려는 자,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자 사이의 속고 속이는 전개가 치밀한 두뇌싸움으로 이어진다. '12번째 소설을 함께 쓰자'는 명목 하에 만난 두 사람은 상대방을 탐색하고 예측해 자신이 얻으려는 결말을 얻으려 죽음을 불사한다.

 

비뚤어진 논리로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수현과 살인 사건 피해자의 형으로서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인호의 모습에서 범죄에 가려졌던 피해자 가족의 분노와 절망, 슬픔이 처절하게 다가온다. 죽음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경계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애도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다만 인호가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너도 결국 나와 같은 인간이었어’라고 말하는 수현의 대사처럼 피해자가 범죄자가 되는 과정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흐린다.

 

 

무대는 1945년 수현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커다란 전통 창호와 책장, 소파가 어두운 조명 아래 수현의 집 분위기를 형성한다. 수현과 인호가 소설을 집필하던 책상과 타자기, 극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총과 칼 등 무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극을 구성한다. 무대 외부로 연결되는 문이 장면 전환을 이끌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서스펜스 스릴러인만큼 둘의 대사는 빠르다. 긴박한 호흡으로 한시도 놓쳐서는 안되는 장면을 만들고 강렬한 음악이 이를 완성한다. 주인공들이 서로 변해가는 과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극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몰입도를 선사한다.

 

극을 연출한 정찬수 감독은 “범죄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사람들은 사건의 본질보다 자극적인 면만 바라보고 많은 것을 잊기 시작한다”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잊혀진 존재들을 드러내고 수면 위로 올리길 시도한다. 더 나아가 죄의 본질을 탐색한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범죄와 피해자들의 아픔,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6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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