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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테슬라 대 장삼이사

 

상하이 모터쇼는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 전시회다. 2021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테슬라 차주인 중국인 리 모 씨와 장 모 씨가 테슬라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테슬라 차이나는 리 모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원인으로 500만 위안(약 9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중국 법원은 2023년 리 씨가 테슬라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인정하고, 2천 위안(약 36만 원)을 배상하고 차량 감정 비용 2만 위안(약 360만 원)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중국 법원은 테슬라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테슬라가 주장한 손해액 중 일부만 인정했다. 9억 5천만 원의 손해를 주장했으나 400만 원 정도만 인용되었다. 테슬라 법무 담당자가 중국 출장 다니는데 들었을 비행기 값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온 셈이다. 테슬라는 중국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고 한다.

 

기업이 자사나 상품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시민이나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나아갈 때는 승소하고도 금전상으로는 이득을 보지 못하거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법원도 원고의 명예가 훼손된 사실을 인정해 주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 중 대부분이나 상당 부분을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중재위의 2020년도 언론관계 판결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나 신용의 훼손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례에서 청구 금액은 평균 1억 원 정도였지만 인용 금액은 평균 5백만 원 미만이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언론사를 상대로 기사가 허위임을 주장하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하자. 재판부는 기사가 허위라는 것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도 인정하고도, 원고가 주장한 1억 원의 청구 금액 중 1천만 원만 인용할 수 있다. 회사는 청구 금액 1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인지대와 변호사비용-천만 원은 넘을 것이다-을 들여 승소하고도, 천만 원만 배상받고 끝이다.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사가 일부만 승소한 것이므로 승소 비율에 따라 소송비용을 분담하는 판결을 한다면, 상대방이 부담하게 만들 수 있는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명예나 신용의 훼손이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청구액에 비해 인용액이 줄어드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명예나 신용의 훼손은 유형의 손해가 아니라 무형의 손해라서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법원으로서는 표현의 자유와 ‘숨 쉴 공간’의 가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손해액의 범위와 소송비용의 분담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고려를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송으로 얻게 되는 금액보다 소송비용이 훨씬 크게 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서 소송으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들도 있다. 테슬라도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브랜드 손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소송을 했을 것이고 9억 원의 배상액을 전부 받아내야만 한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모터쇼 시위가 있고 난 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테슬라 때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 비야디(BYD)의 저렴한 전기차가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고 테슬라는 기존의 방침까지 바꾸어 광고 집행에도 나서고 있다는 기사가 올해 초에는 자주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금전상으로는 남는 것 하나 없는 소송도 테슬라에게는 필요했을 수 있다. 소송도 PR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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