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등교시간에 맞춰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만나죠.”
지난 3일 오전 8시 인천 연수구 동춘동 서면초.
텅 빈 학교로 일찍 출근한 김창용 교장은 오늘도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교장의 복장은 조금 독특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빛으로 물든 개구리 인형탈을 썼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일 서면초로 부임한 김 교장은 약 9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마다 인형탈을 쓰고 학생들의 등굣길을 맞이하고 있다.
등교시간이 되자 책가방을 멘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면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손에 든 김 교장은 교문을 통과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김 교장의 인사에 학생들은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매일 아침 인형탈을 쓴 교장선생님의 인사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는 “처음에 도망가거나 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아침마다 보는 아이들의 웃음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배우를 꿈꿨던 김 교장은 스물여섯이 되던 1987년 부평부원초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교사극회라는 연극단체에서 회장직을 맡으며 20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교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고민은 동료 교사들과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었다.
김 교장은 연극배우 경험을 바탕으로 인형탈을 쓰기 시작했다. 교사들과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하려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집무공간이자 분장실인 교장실에는 개구리를 비롯해 곰·오리·닭 등 각양각색의 인형탈부터 손인형과 응원피켓까지 가득하다.
인형탈은 사비로 사 모으기 시작했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내의 도움으로 손인형도 마련했다.
김 교장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들마다 잠재돼있는 끼와 능력을 교사들이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은 저마다 성공·행복을 이룰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며 “그걸 끄집어낼 줄 아는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게 학교와 교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매일 아침 인형탈을 쓰고 교문 앞에 설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꿈·웃음·사랑을 많이 줬던 교장으로 기억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