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이 본격화된 지 228일.
사망자만 3만 6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 6일에 가자지구 최남단 지역 라파(Rafah)에서 지상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시나이반도 이집트 국경과 맞닿아 있는 라파는 도시 전체가 난민촌이다. 라파는 전쟁 시작 당시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군이 지정해 놓은 ‘인도주의 구역’이고 지금은 약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밀집된 도시이다. 이 중 절반은 어린이다.
폭격 직전에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역에 전단지를 뿌려 민간인들 대피를 명령했지만 동시에 모든 탈출구를 봉쇄했다.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그동안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라파 지상전 작전에 대해서는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를 자제하는 모양새로 태세 전환을 하며 대외 이미지를 바꾸려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5월 15일 이스라엘에 지원할 10억 달러 (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무기 ‘패키지’ 계획안을 미 의회에 제출하며 결국 이스라엘을 돕고 있다.
한편, 5월 15일은 팔레스타인의 나크바(Nakba) 추모의 날이다.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나크바는 1948년 유럽에서 넘어온 시온주의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차별 학살하며 약 7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고향에서 쫓겨낸 사건이다.
그 당시 6%만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시온주의 유대인들은 1947년부터 1949년까지 530개의 아랍 마을을 약탈해 팔레스타인 인구 85%를 난민으로 만들고 78%의 땅을 점령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건국 이후로도 이스라엘의 불법 유대인 정착촌 설립과 인종 분리 체제 등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고 야만적인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들에게 나크바는 일회적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형 비극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살로 나크바를 완수하려고 한다.
이스라엘의 76년을 걸친 학살에 맞서 목숨 걸고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우리는 과연 ‘테러’라고 단정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억압에는 저항이 따르는 법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결국 억압에 맞선 민주 항쟁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 정부나 인권 주의를 내세우는 국제기구로부터 오지 않는다. 이 사실은 이제 뼈 아프게도 자명해졌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요한 건 국제 연대다.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귀환할 권리가 인정될 때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행동하자, 희망하자,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