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4.0℃
  • 흐림강릉 27.1℃
  • 서울 25.1℃
  • 대전 22.6℃
  • 대구 23.3℃
  • 울산 22.9℃
  • 광주 23.8℃
  • 부산 22.9℃
  • 흐림고창 25.3℃
  • 제주 28.2℃
  • 흐림강화 23.5℃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1℃
  • 흐림강진군 24.5℃
  • 흐림경주시 23.6℃
  • 흐림거제 24.5℃
기상청 제공

[아침보약] 노년의 한 단편 – 파킨슨 병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발병전에도 무척 배변이 힘들어서 다양한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6. 25 한국사회의 고도성장기에 여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온 삶의 궤적 속에서 화병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낯선, 그저 참고 인내한 세월이었다. 변비와 우울, REM수면행동장애, 후각소실 기립성 저혈압 등은 파킨슨 병의 전구증상이다.

 

치료일과는 하루 2회의 침치료 하루 세 번 이상의 한약치료,재활운동으로 이뤄졌다. 한의학의 치료는 우리 몸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 힘은 오장육부 기능이 원활할 때 길러진다. 변비와 수면의 질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발을 끄는 듯한 종종걸음이 조금씩 보폭이 넓어지고 재활훈련과정에서 구부정했던 자세가 조금씩 펴지기 까지 하니 걸음걸이가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물론 수개월에 걸친 과정으로 아주 천천히 느리게 정말 조금씩 변했지만 굳어있던 얼굴표정이 살짝 표정이 생기고 안색도 밝아져갔다.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도파민신경세포의 감소로 도파민이 감소되어 다양한 운동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60대 이상에서 1% 유병률을 보이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발병 3-5년 지난다음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서서히 진행한다.

 

운동은 파킨슨병의 예방과 치료에 동시에 좋은 방법이다. 변비. 수면장애, 기립성 저혈압, 우울 등의 전구증상을 치료하고 뇌신경계를 안정화시키는데 유효한 한약,약침 등의 통합한방치료는 예방과 초기치료가 시간과 비용면에서 그 이후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파킨슨 병에 대한 2021년 한의임상진료지침이 발간되어 이제까지의 연구를 집약하고 표준화하려는 연구와 함께 임상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무작위 대조연구에서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침치료와 약물요법을 동시에 받은 환자들이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들에 비해 파킨슨 병의 진행이 유의하게 늦춰진다고 보고하였다.

 

첫경험의 그녀처럼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한의학치료를 만났으면 하고 바래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