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아테네 출신의 건축가(이며 조각가, 발명가)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크레타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당시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다이달로스를 환대했고,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생활 중 노예와의 사이에서 이카로스를 낳게 된다.
이후 크레타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간음하여 황소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식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달로스가 파시피에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에게 이 괴물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미궁을 만들게 시켰다.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라는 이름의 미궁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둔다.
하지만 미궁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미궁 속에 가둬놓고 해마다 아테네의 소년과 소녀 각 7명씩을 미궁에 던져줘야 했다. 죄 없이 죽어가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제물의 틈에 끼어들어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였다. 이때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진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빠져나오는 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했고, 다이달로스는 실타래를 주며 입구에 실을 묶고 다녀오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방법으로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고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왔고 아리아드네와 함께 야반도주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두 번이나 미노스 왕을 배신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에 빈손으로 갇히게 된다.
오래 기다리셨다. 이제 이카로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궁에 갇힌 이카로스와 다이달로스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강구하다가, 미로 꼭대기에 난 구멍으로 떨어지는 새의 깃털과 미로 구석구석에 생긴 벌집의 밀랍을 이용해 날개 두 쌍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탈출에 성공했으나 살아남으려면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너 육지에 착륙하는 장거리 비행을 해야 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이 올라가면 밀랍이 녹고, 낮게 내려가면 물을 먹어 날개가 분해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카로스는 태양에 가까이 갔다가 결국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했고, 사망했다.
이카로스가 죽은 뒤에도 다이달로스는 우여곡절을 더 겪으며 신화 속에 언급되지만 보시다시피 이카로스의 이야기는 정말 짧은 분량으로 신화에 등장한다. 그런데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이 이카로스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이카로스의 추락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카로스의 추락이 주는 교훈은 미지의 세계(자연, 하늘, 신)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한계, 그리고 절제 없는 욕망은 파멸로 끝이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와는 다르게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열정과 도전정신에 중점을 두어 영웅적 면모를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화가 브뤼헐이 그린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카로스의 추락을 보고 있다. 처음 그림을 보면, 제목을 알고 보더라도 밭을 갈고 있는 농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농부를 비롯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이카로스를 찾을 수 있는데, 작게 그려진 한 쌍의 다리다. 이미 바닷속으로 빠져버린 이카로스의 다리만을 그린 것이다. 의도적으로 작고 시선에 벗어나게 그렸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이카로스의 추락이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정작 본인의 오늘 할 일을 더 중요시 여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카로스의 추락은 예술 작품, 대중매체 등에서 계속 등장하고, 또 영감을 주고 있다. 난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보며 한국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떠올렸다.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태양을 향해 힘찬 날개 짓을 하는 이카로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개인의 욕망으로만 작동되어지는 날개가 아니라 누군가 하늘을 향해 밀어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하늘을 나는 자유에 도취되어 미궁을 탈출하겠다는 목표를 잊고 욕망에 충실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날개 짓을 하지 않으면 어차피 바다에 빠져 죽게 되는, 떠밀려진 이카로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이카로스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날개 짓을 해야만 하는, 더 높이도 낮게도 날 수 없이 생존에 모든 힘을 다해야 하는. 오늘 당신의 비행이 비교적 수월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