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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AI 교과서가 도입 된다구요?

 

내년부터 AI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한다. 당장 5개월 뒤인 25년도 신학기부터 바뀐다는데 가르쳐야 하는 교사는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작은 학교라 이미 학생당 하나씩 태블릿이 보급된 상태인데 거기에 앱으로 교과서가 들어오는 건지, 다른 기계가 들어오는 건지 정확히 모른다. 당연히 AI 교과서로 뭘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큰 예산을 들여 만든 교과서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업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2학기 상담 때 학부모 한 명이 꺼낸 이야기를 보면 그렇다. 우리 반 아이의 중학생 형 공개수업 때 태블릿을 활용한 수업을 봤는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실망한 이유를 묻자 그 수업에서 아이가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 중 교사가 올린 링크에 학생들이 접속하고 자신의 닉네임을 정하는데 수업 시간의 반이 지나간 것부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수업 내용은 아이들이 올린 미술 작품에 서로 댓글을 다는 활동이었는데 학생들이 각자 자기 태블릿만 쳐다보며 웃는 게 학부모 눈에 굉장히 이상해 보인 듯했다. 집에서 핸드폰, 컴퓨터만 붙잡고 있어서 집 밖에서는 대면하는 활동을 했으면 싶은데, 학교에서까지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들만 모인 자리에서도 수업에 대한 성토는 덤이었다.

 

학부모나 교사들이 어린 시절에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세대라 교육에 스마트 기기가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는 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 장벽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 기기가 주는 교육적 효과를 모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은 이미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의 이점보다는 폐해를 더 체감하는 중이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중 디지털 기기가 수업에 전면 도입되는 걸 찬성하는 집단은 학생이 유일한 듯하다. 현재도 태블릿으로 수업할 때 학생들이 기뻐하며 열심히 참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계로 딴짓을 하는 게 가능하다. 종이책에는 낙서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태블릿으로는 무궁무진한 세상을 볼 수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수업 시간 중에 게임을 하거나 다른 웹페이지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사가 학생 전체 태블릿 화면을 지켜보며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딴짓은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제어 프로그램이 개발되어도 제어를 뚫을 수 있는 툴이 함께 만들어질 것 같다는 건 지나친 걱정일까.

 

최근 유행하는 연구를 보면 디지털 기기의 도파민이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 많다. 당연히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아이들은 더 쉽게 중독되고 뇌가 변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처음 사용하는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런데 굳이 수업 시간에까지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을 늘려야 할까.

 

AI가 유행이라 교육에 AI를 도입해야 한다면 1차원적으로 기기를 활용하는 교육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AI는 인간보다 다방면으로 뛰어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다. 앞으로 인간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수업의 내용이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바뀌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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