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호텔 측의 미흡한 대처로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업무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호텔 소유주 60대 A씨와 운영자 40대 B씨 등 4명을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810호에 설치된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아산화동 증식에 의한 발열 현상'으로 발생했다. 해당 호텔에서는 2018년 에어컨을 전면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에어컨 위치가 바뀌면서 전선 길이가 짧아지자 기존의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했고, 슬리브 등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 부실하게 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에어컨에서 나온 습기 등으로 전선이 부식되면서 녹이 발생했고 전류의 양이 늘어 열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해당 호텔에서 에어컨 수리 등 작업을 한 에어컨 기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수 차례 에어컨 전선 상태가 부실하다고 지적했으나, 호텔 관계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31분쯤 발원지인 810호의 투숙객은 호텔 관계자에게 '에어컨을 작동하자 스파크가 튄다'고 알렸으나, 호텔 측은 방을 교체했을 뿐 점검 등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7시 37분쯤 에어컨에서 화재가 발생해 번지기 시작했고, 이를 목격한 호텔 관계자가 객실 문을 닫지 않아 불길과 연기가 호텔 내부로 빠르게 번졌다는 것이 경찰의 조사 결과이다. 호텔 측은 비상문을 생수 페트병 등으로 고정해 왔는데, 연기와 불길이 쉽게 위층인 9층으로 올라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호텔 측은 투숙객들의 민원 등을 이유로 평소 화재경보기를 꺼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호텔 관계자는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 결과적으로 약 2분 24초만큼 투숙객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지연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호텔 관계자 등은 화재 전날 교체한 810호 에어컨 실외기가 화재 원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전선이 불에 타는 등 화재로 인한 훼손 정황이 없어 실외기는 화재와 관계가 없었다.
경찰은 호텔 소유주 60대 남성 A씨와 운영자 40대 B씨 및 C씨, 매니저 30대 D씨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이날 오전 9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호텔 내 비상문과 화재가 발생한 810호 문이 닫혀있지 않아 불이 빠르게 번져 피해가 커진 사건"이라며 "특히 810호 객실 문에는 도어클로져가 설치되지 않았던 만큼, 도어클로져 설치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등 이와 같은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이 사고에서 807호 투숙객들이 대피하기 위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결국 숨진 사안에 대해 소방당국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에어매트 전개 지점의 경사와 굴곡으로 에어매트 설치가 어려웠고, 낙하한 투숙객이 에어매트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로 떨어져 뒤집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찰은 에어매트 사용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점을 고려해 소방당국에 소방구조장비의 운용상 개선점을 통보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시간 47분 만인 오후 10시 2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이 화재로 투숙객 7명이 숨졌고 부상자 12명이 발생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