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제도가 제2의 빌라왕·전세사기범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은혜(국힘·성남분당을)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사기 사태로 경매에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빌라(다세대‧연립주택)들이 특정 법인에 무더기로 넘어갔고, HUG의 돈은 갚지 않은 채 새로운 임차인을 들여 월세 등으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법인들은 HUG와의 소송도 불사했으며,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총 144건의 소송을 모두 특정 ‘로펌’ 에게 소송대리를 맡긴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전세사기가 의심되고 있다.
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에서는 9000채 이상의 전세사기 피해 빌라가 경매로 나왔다.
HUG와 같은 주택보증기관들은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뒤 피해 주택을 경매에 넘겨 전세금을 회수한다.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 빌라는 경매에서 여러 번 유찰돼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10% 이내로 내려가는 등 헐값이 되는 점을 노려 특정 법인들이 경매에 나온 피해 주택을 ‘무더기 염가낙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법인들은 이어 HUG의 돈은 갚지 않은 채 이렇게 확보한 빌라 수십 채를 다시 임대했디.
L법인은 감정가 1억 5000만 원짜리 빌라(인천 부평구 부개동)를 226만 원에, 3억 원짜리(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를 905만 원에 사들여 한 채 당 보증금 300만~500만 원, 월세 30만~50만 원을 받았다.
또 S법인은 감정가 2억 7200만 원 빌라(부천시 원미구 심곡동)를 1124만 원에 매수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을 받았다. 감정가 2억 3300만 원짜리 신축 빌라(부천시 원미구 심곡동)는 483만 원에 가져간 뒤,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60만 원에 내놨다. 피해 주택 경매를 이용해 법인만 ‘돈방석’에 앉은 것이다.
김 의원실이 확보한 ‘경매 물건 낙찰자에 대한 HUG의 보증금 회수 매뉴얼’에 따르면, HUG는 ‘경매 물건 낙찰자에게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HUG에 채무(보증금)를 자발적 상환(임의상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낙찰자가 경매 물건을 재임대하도록 사실상 ‘권장’, 제2의 전세사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라를 ‘싹쓸이’ 한 법인들은 HUG와의 소송도 불사하고 있는데, HUG는 경매 낙찰에 따른 채무 승계인(낙찰자)에 대해 179건의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이 중 144건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법인들은 특정 ‘로펌’에 소송대리를 맡겨 의구심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HUG의 보증제도가 제2의 빌라왕‧전세사기범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형사 조치‧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