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방송 소음으로 일상은 무너졌고 아이들은 밖에서 놀지도 못한다. 제발 도와달라.”
최근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인천 강화군 주민 A씨는 일상이 무너졌다는 말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강화군을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재 강화군에서만 송해면‧양사면‧교동면 3개면 주민의 약 52%에 해당하는 4600여 명이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4개월째 밤낮없이 동물 울음소리, 귀신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의 괴음이 송출돼 일상생활은 물론 잠도 이루지 못한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로 맞대응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남북의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계속되는 주민들의 피해 호소에 인천시는 지난달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주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과 소음 피해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보상 근거를 담은 법령 개정 등을 건의했다.
그러나 한 달이 흐른 지금까지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는 정부 지원 외에 자체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마음건강버스를 투입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 및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정도만 이뤄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어디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같은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파주‧연천‧김포 등은 경기도에서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 및 살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강화군은 위험구역으로 설정되지 않아 주민들의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검토‧조치를, 강화군이 위험구역 설정 추진을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정확한 시기조차 알 수 없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인천시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마음건강버스 등의 자체 지원 외에는 여전히 정부의 입장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시가 건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