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3분기까지 16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두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롭게 썼다. 순이자마진(NIM)이 뒷걸음질쳤음에도 가계대출 수요에 힘입은 견조한 대출 성장세로 인해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시현했고, 비은행 부문의 성적도 양호했기 때문이다.
역대급 실적에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앞다퉈 '밸류 업(Value-up)' 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고 있다.
각 사의 실적발표를 종합하면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16조 5804억 원으로 전년 동기(15조 6559억 원) 대비 5.9% 증가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기록했던 기존 최대 실적인 15조 826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큰 이변이 없다면 이들의 올해 총 순이익은 2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금융권의 예상대로 '리딩금융'은 4조 3953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둔 KB금융이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3조 9856억 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하나금융 3조 2254억 원 ▲우리금융 2조 6591억 원 ▲농협금융 2조 3151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3분기 들어 이자이익이 소폭 감소했음에도 전체 이자이익 규모는 커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영끌' 등 대출수요가 늘면서 대출자산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5대 금융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7조 61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12조 5012억 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이자이익은 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비이자이익의 성장세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대 금융의 누적 비이자이익은 11조 52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3분기 비이자이익(3조 2408억 원)은 1년 전보다 25%나 증가했는데, 특히 농협금융(4443억 원, 210.5% 증가)과 하나금융(5333억 원, 63.4% 증가)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는 다소 악화됐다. 5대 금융의 평균 NIM은 지난해 3분기 1.91%에서 1.7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47%에서 0.64%로 소폭 올랐다.
이에 금융지주들이 은행의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실적을 올렸다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제9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은행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도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과연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및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실적과 더불어 내년부터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주주환원율은 4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하나금융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던 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2027년까지로 구체화했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13~13.5%,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으로 유지 등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1500억 원어치의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밝혔다.
신한금융은 이보다 앞선 7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27년까지 CET1 비율 13% 이상을 기반으로 ROE 10%,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11.5%,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까지 CET1 비율 12% 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총주주환원율 50%대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이익을 주주들에게만 돌려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저금리 대출 상품 확대,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막고 서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