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금리 인하로 업황이 좋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은 신한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각 사의 실적자료를 종합하면, 4개 증권사(KB·신한·하나·NH)의 3분기 순이익은 32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1%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59.87% 늘어난 4913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들의 실적이 1년 전보다 나아졌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 발행이 활발해지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는 등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돼 기업금융(IB) 수익이 늘어난 덕이다. 대폭 늘어난 자산관리(WM) 수익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부진해 주식 거래대금이 줄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했다”며 “다만 IB부문에서 공개매수나 신규 부동산 PF 딜 등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선두는 3분기 17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KB증권이 차지했다. 1년 전보다 53%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2388억 원)도 56% 증가했다. WM 수익이 2000억 원을 달성하면서 실적을 견인했고, IB 수수료도 직전분기보다 13.8% 증가한 741억 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39억 원 8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나 불어났으며, 영업이익(1882억 원)도 같은 기간 59% 성장했다. IB 수수료 수익(1649억 원)이 1년 새 131.%나 늘어나면서 실적 호조세를 이끌었다.
하나증권 또한 각각 512억 원, 350억 원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대규모의 부동산 PF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를 냈지만, WM 수익이 개선되고 IB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이 모두 양호한 성과를 보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지난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도 3분기 5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사고의 여파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16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7% 감소한 21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금융상품 수익이 늘어나는 등 본업에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최근 발생한 1300억 원 대의 금융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KB증권과의 순이익 격차도 3622억 원으로 벌어졌다.
천상영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실적발표회에서 "상장지수 펀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헷지 운용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LP(유동성공급) 헷지와 무관한 코스피 200 선물 거래를 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본건으로 인해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한 손실 규모는 1357억 원이며, 이후 추가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PF와 관련된 우려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여 증권사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됐다"며 "금리가 하향 안정화 됨에 따라 조달 코스트 부담이 덜어져 PF 사업이 재개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