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1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기존 라이브서비스 매출의 안정세와 더불어 신작 출시 등에 따른 영업비용이 늘면서다. 엔씨소프트는 고강도 체질개선으로 경영 효율화를 꾀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019억 3700만 원, 영업손실 142억 9100만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하며 9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던 매출 하락세는 막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순손실은 265억 원이다.

 

엔씨소프트의 3분기 성적표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3분기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해 분기 흑자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신작 출시 등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영업비용은 4162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다. 마케팅비는 487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80%,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신작 출시 및 라이브 게임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한 마케팅 활동 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내놓은 신작들의 흥행 성적이 지지부진한 것도 엔씨소프트의 적자 전환을 가속화했다. 올 3분기 출시된 서브컬처 RPG 호연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데다가, 2분기에 출시된 배틀크러쉬도 흥행이 부진함에 따라 연내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는 등 사실상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 앤 리버티(TL)’, 기존 라이브 서비스 중인 리니지·블레이드 앤 소울 신서버 등이 순조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규모 매출을 낼 수 있는 BM 구조가 아닌 만큼 실적 개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달 1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TL은 글로벌 이용자 452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최고 판매(Top Sellers) 1위에 오른 뒤 주요 국가에서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10월 BNS NEO 서버를 출시한 후 높은 트래픽을 유지 중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신작 출시와 라이브 게임 대규모 업데이트에 따른 마케팅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오는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연내 실적 반등을 기대할 만한 대규모 신작 신규 매출원의 출시 예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규모 구조조정 중인 엔씨소프트의 4분기 실적엔 퇴사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게임업계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게임사들이 자구책을 찾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경영 효율화 및 체질개선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다.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컨퍼런스 콜을 통해 연내 4000명 중반까지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속적으로 진행하던 구조조정을 연내 마무리하고 고강도 체질개선을 통해 내년부터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현재 본사 기준 4000명대 중반인 직원 수를 내년 중으로 3000명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구조 개편 작업도 지속한다. 엔씨소프트는 미래 경쟁력을 갖춘 게임 개발 및 신사업 부문을 독립해 4개의 법인을 신설한다. TL, LLL, TACTAN(택탄) 등 지식재산권(IP) 3종을 독립된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출범하고,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을 신설해 AI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추진한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개편 작업은 4분기 중으로 모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고정비를 낮춰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이번 쇄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회사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엔씨소프트는 핵심 IP 확장 및 신규 IP 확보를 목표로 신작 개발에 매진한다. 올 4분기 리니지 IP 기반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를 선보이고, 내년에 아이온2, LLL, TACTAN 등 신작 6종을 출시한다. 최근 발표한 외부 투자 스튜디오인 '빅게임스튜디오'를 통해 브레이커스도 선보인다. 이 외에 엔씨소프트 IP 기반의 글로벌향 신규 장르 게임 1종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홍 CFO는 “기존 엔씨소프트는 기대 수준 또는 평가 벽이 높아 장‧단점이 공존했다”며 “신규 IP는 속도감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