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앞두고 가진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이같은 사과 발언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매사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보다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물가와 주택시장을 더욱 안정시켜서 일단 가장 근본적인 생계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에 쇄신을 기해 나갈 것”이라며 “당정 소통도 강화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유능한 정부, 유능한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각종 의혹과 논란 등에 대해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사과 배경에 대한 질문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며 “무슨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늘 그것을 조작할 이유도 없고, 그리고 또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짓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며 “누구를 공천을 주라 이런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좀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게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총장할 때부터 저를 타겟으로 하는 거지만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가릴 건 명확하게 가려야 하고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걱정 끼쳐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제 처의 선거 때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라든지 대한 부분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 후보이고 대통령 당선자이고 대통령인 제가 제대로 관리를 해야 했는데 제대로 못 해서 제가 먼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서 “아내가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괜히 임기반환점이라고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런 이야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많이 하라’고 (했다). 이것도 국정 관여고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할 수 있다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느냐”며 “어쨌든 간에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바이든 정부 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적정 배분)을 위한 준비는 오래됐다”며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평양에 한국 드론이 날아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적반하장식 억지 주장에 우리가 일일이 이렇고 저렇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